‘백만장자 2400명 탈한국’ 주장에 국세청장 “실제 해외이주 연 139명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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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연계 주장 정면 반박…해외이주자 3년 전수분석 결과 공개
“상속세 없는 나라로 이동 경향성도 뚜렷하지 않아”…대한상의 주장과 대비

▲국세청 본청 전경 (사진제공=국세청)

‘상속세 부담 때문에 백만장자 2400명이 한국을 떠난다’는 주장에 대해 국세청이 실제 행정 통계를 근거로 정면 반박에 나섰다. 최근 3년간 해외이주 신고자를 전수분석한 결과, 자산 10억원 이상 보유자의 해외이주는 연평균 139명 수준에 불과했고, 상속세가 없는 국가로 이동하는 경향성도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추계에 기반한 주장과 실측 통계 간 괴리가 뚜렷해지면서 ‘탈한국 가속’ 논란은 사실 검증 국면으로 전환됐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8일 페이스북을 통해 국세청이 최근 3년(2022~2024년)간 신고된 해외이주자를 전수분석한 결과를 공개하며 “대한상공회의소가 상속세 제도와 결부해 국민들께 왜곡된 정보를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임 청장이 공개한 국세청 분석자료를 보면 최근 3년간 한국인의 해외이주 신고 인원은 연평균 2904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자산 10억원 이상 보유자는 연평균 139명에 그쳤다. 연도별로는 △2022년 102명 △2023년 139명 △2024년 175명으로, 대한상의가 인용한 ‘백만장자 2400명 유출’ 주장과는 규모와 증가 추이 모두 큰 차이를 보였다.

자산 규모 흐름도 ‘고액자산가 탈한국 가속’과는 다른 양상이다. 해외이주자 중 자산 10억원 이상 보유자의 1인당 평균 자산은 2022년 97억원에서 2023년 54억6000만원, 2024년 46억5000만원으로 감소 추세를 나타냈다. 국세청은 고액자산가의 해외이주가 급증하거나 자산 규모가 커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최근 3년간 한국인 해외이주자의 국내외 자산규모 및 국가 구분 (자료=임광현 국세청장 페이스북 캡쳐)

상속세가 없는 국가로의 이동 역시 고액자산가일수록 두드러진다고 보기 어려웠다. 최근 3년 평균 기준 상속세가 없는 국가로 이주한 비율은 전체 해외이주자의 39%였지만, 자산 10억원 이상 보유자는 25%로 오히려 낮았다. 자산 구간별로 보면 10~50억원 보유자는 24%, 50~100억원은 21%, 100억원 이상은 36% 수준으로 나타났다. 임 청장은 “재산이 많다고 해서 상속세가 없는 국가로 이주하는 경향성이 발견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임 청장은 “대한상의가 인용한 보고서는 한국인 백만장자의 순유출이 최근 1년간 2배 증가했다고 주장했지만, 해외이주자 중 10억원 이상 보유자의 인원과 증가율은 모두 사실과 매우 다르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다양한 정보를 분석해 국민에게 적시에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국내 재산을 편법적으로 유출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검증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논란은 대한상의가 3일 발표한 ‘상속세수 전망 분석 및 납부 방식 다양화’ 자료에서 영국 이민 컨설팅업체 헨리앤파트너스의 추계치를 인용해 ‘고액자산가 2400명 탈한국’ 주장을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이후 이재명 대통령은 SNS를 통해 해당 주장에 대해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가짜뉴스”라고 규정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추계 통계를 근거로 상속세 때문에 부유층이 대거 해외로 빠져나간다는 식의 해석은 국민에게 왜곡된 인식을 줄 수 있고 정책 논의를 호도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 대통령의 공개 지적 이후 논란이 확산되자 대한상의는 외부 통계 인용과 해석 과정에서 충분한 검증이 이뤄지지 못해 혼란을 초래했다며 사과문을 발표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상속세 부담으로 2400명이 한국을 떠난다는 것은 가짜뉴스”라며 통계 신뢰성과 책임 문제를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이날 국세청의 전수분석 결과가 공개되면서, 추계에 기반한 ‘탈한국 가속’ 주장과 실제 해외이주 행정 통계 간의 간극이 명확해졌다는 평가다. 특히 상속세 제도 논의 역시 제도 개선 여부를 떠나 우선 사실에 기반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힘을 얻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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