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 규모 美관세 고객사에 전가
공장 ‘풀가동’에 3년 치 이상 일감 확보
AI 투자 확산으로 초호황 지속 전망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기존 15%에서 25%로 재인상하겠다고 예고했지만, 국내 전력기기 업체들은 관세 충격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폭증하는 북미 전력망 투자 수요를 공급이 받쳐주지 못하면서 관세 부담을 가격에 전가할 수 있는 ‘공급자 우위’ 구도가 굳어졌다는 평가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변압기 등에는 상호관세와 철강·알루미늄 파생관세가 적용돼 20% 안팎의 관세가 붙는다. 이에 따라 국내 전력기기 업체들은 분기마다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 규모의 관세 비용을 부담해 왔지만, 상당 부분을 고객사에 전가해 보전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전체 매출에서 북미 시장 비중이 47%에 달하는 HD현대일렉트릭은 지난해 2분기 관세 비용으로 약 200억원을 부담했고 3분기 100억원, 4분기 30억원을 각각 반영했다. 이 중 85% 이상을 고객사가 분담했으며, 내년 수출 물량부터는 관세 전액을 판매 가격에 반영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 실적 설명회에서 “관세를 납부한 만큼 고객사에게 되돌려받는 구조로, 고객과 협상이 끝난 부분 중 아직 보전받지 않은 금액이 올해 환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효성중공업도 3분기와 4분기에 각각 100억원가량의 관세 부담이 발생했지만 고객사와 높은 비율의 관세 보전 협의를 마쳤다고 밝혔다. LS일렉트릭은 지난해 하반기 총 400억원의 관세 비용이 발생했으며 신규 수주 물량에 대해선 대부분 가격 전가를 완료했다.
북미 시장은 AI 데이터센터 확산과 노후 전력망 교체 주기가 맞물리며 전력 인프라 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전력기기의 공급 부족이 장기화하고 있다. 변압기 등 핵심 설비의 리드타임(주문부터 납품까지 소요되는 기간)이 3~4년 이상으로 늘어나면서 고객사들은 관세 인상분을 감내하더라도 물량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국내 전력기기 업체들은 공장을 풀가동하면서 3년 치 이상의 수주잔고를 확보했다. 지난해 말 기준 전력기기 3사의 합산 수주잔고는 27조원에 이른다. 효성중공업 중공업 부문 수주잔고는 11조9000억원, HD현대일렉트릭은 67억3100만달러(약 9조8500억원), LS일렉트릭은 5조150억원어치 일감을 쌓았다.
미국 내 AI 투자 확대는 변압기 외 전력기기의 추가 성장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효성중공업은 미국 주요 고객사를 대상으로 데이터센터 연계 계통 안정화용 시스템인 ‘스태콤(STATCOM)’ 공급 실적을 확보했으며, 향후 빅테크를 중심으로 신규 수주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LS일렉트릭은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xAI에 직류(DC) 기반 배전 기기를 공급하고 있으며, 생산능력 증설을 통해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HD현대일렉트릭도 빅테크 업체와 초고압과 배전기기를 연계한 물량 공급을 논의하고 있다.
손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재 전력기기 매출 가운데 데이터센터 AI 관련 비중은 약 10% 내외로 파악되고, 나머지는 미국 노후 설비 교체와 신재생에너지 계통 연계 수요가 중심”이라며 “올해는 데이터센터향 수주 비중이 추가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