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 하역설비 EPC 1위 우뚝⋯AI크레인 자동화 기술개발 속도

“중국과는 가격 경쟁, 대기업과는 브랜드 경쟁을 해야한다. 설계 제작 시공을 하는 EPC 기업으로서 설계는 더 탄탄해야 하고, 제작은 더 정교해야 한다.”
경남 창원시에 위치한 중소기업 SMH(에스엠에이치)는 발전소, 제철소, 항만에서 쓰이는 물류 하역설비의 설계·제작·시공(EPC) 전문기업이다. 20년간 에스엠에이치를 이끌어온 정장영 대표는 최근 신년을 맞아 직원들을 향해 이같이 당부했다.
국내외 산업계가 기술력을 무기화하고, 인공지능 전환(AX)과 혁신성을 통해 치열한 기술 경쟁을 벌이면서 자사와 주력 사업의 혁신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정 대표는 2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기술 기반의 품질은 말이 아닌 결과로 보여야 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에스엠에이치는 삼성중공업 해양플랜트 사업부문의 운반 하역설비 사업을 승계해 2007년 설립됐다. 정 대표는 1980년 삼성중공업에 입사해 27년간 관련 근무를 하던 중, 당시 삼성중공업이 관련 사업성 재검토에 들어가자 회사를 나와 사업을 승계하는 방식으로 에스엠에이치를 세웠다. 삼성중공업에서 해당 사업 분야를 20년 이상 전담해 온 인력들이 주축이 됐다.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삼성’이라는 간판을 떼고 작은 몸집과 낯선 이름의 중소기업으로 시장에 뛰어드니 대형 고객을 마주하며 수주 협상에 나서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한 때 에스엠에이치는 선적 후 출항 대기 중인 설비에서 화재가 발생해 긴급복구공사를 진행하는 등 악재가 겪었다. 일본 고객의 신뢰가 워낙 깊었던 데다 운송 선박을 준비하는 등 전사적인 비상 대응으로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외국 투자 기업의 횡포로 대형 프로젝트가 중도 타절(계약 해지)되고, 설상가상으로 법정 분쟁에 휘말리는 등 진퇴양난의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정 대표가 이 기간을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은 사명감과 책임감이다. 정 대표는 그 위에 탄탄한 기술과 품질력을 쌓아 올려 업계 우위를 빠르게 확보해 나갔다. 이를 통해 설립 5년도 되지 않아 자체기술로 항만 하역설비를 설계·제작하는 기술력을 갖췄다. 애초에 항만 하역설비와 원료 처리설비 등에 대한 설계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기술력을 더해 성장세를 키우면서 기초 체질을 개선하고 경쟁력을 확보해 갔다.
이와 함께 시장의 요구와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비전과 전략도 함께 설계했다. 정 대표는 “국가 기간산업에 대한 사명감과 조직의 일체감으로 인력을 채용·유지했다”며 “품질과 납기로 회사의 존재 가치를 스스로 증명해야 했던 시기였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묵묵히 어려움을 이겨낸 노력은 결과로 돌아왔다. 에스엠에이치는 기술 혁신 등을 통한 국가 산업 발전에서 공을 인정 받아 2009년 지식경제부 장관상을 받았다. 2014년엔 벤처기업협회로부터 국무총리표창을, 중소기업인대회 모범중소기업인 부문에서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수출도 증가했다. 2012년 500만 불 수출탑에 이어 2020년 1000만 불 수출탑, 2021년 2000만 불 수출탑 기업에 연이어 이름을 올렸다.
정 대표는 “현장을 잘 파악하고 있는 사람 중심의 조직, 대기업 수준의 품질 기준, 무리한 확장보다 가장 잘 하는 사업에 대한 선택과 집중, 이것이 에스엠에이치가 지금의 위치에 오른 비결”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기술 중심 경영이 자연스럽게 거래처 신뢰와 재무 건전성 확보로 이어진다는 것이 정 대표의 생각이다.
에스엠에이치는 지난해 국내 중소기업에선 처음으로 스마트 자동화 컨테이너 항만의 야드크레인 32대, 약 1500억 원 규모를 수주했다. 끊임 없는 기술 개발과 도전으로 얻은 결실이다. 이를 통해 지난해 매출액 400억 원을 달성했다. 특히 30대가 넘는 제품을 수주하면서 향후 3년 간의 일거리를 확보하는 등 업계 우위를 공고히했다.
정 대표는 “2027~2040년에 걸쳐 발주되는 경남 지역 일대 진해신항 프로젝트 수주와 연계될 경우 자동화 야드크레인 분야의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에 정 대표는 국내 장납기 대형 프로젝트 수주를 달성한 만큼 당분간 국내 시장에 집중할 계획이다.
기술 혁신도 지속할 방침이다. 현재 에스엠에이치는 라이다(Lidar) 센서와 AI를 활용한 컨테이너 터미널 야드크레인의 자동화 운전 기술을 개발 중이다. 자동화 터미널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개선하기 위해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해 해결책을 찾고 있다. 정 대표는 이를 통해 국내 최고 수준의 자동화를 달성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정 대표는 “무인 자동화 운반하역설비 분야에서 한국 대표기업으로 국가기간산업을 끝까지 수호하고 싶다”며 “세계 시장에 적극 진출해서 외화 획득에도 크게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약자에 대한 배려와 인재 육성 등 사회공헌 활동을 이어가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 실천을 위한 노력에 힘을 쏟고 있다.
에스엠에이치는 지난해 대한적십자사 경남지사로부터 적십자 희망풍차 나눔사업장 6500호점 명패를 받았다. 그간 '씀씀이가 바른기업'을 통해 위기 가정을 정기후원하고, 2019년부터는 '기빙클럽'에 참여하는 등 나눔 활동에도 동참해 왔다. 정 대표는 적십자사에 1억 원 이상을 기부한 고액기부자 모임인 '레드크로스 아너스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초록우산에도 5000만 원을 내놨다.
또 국립창원대학에 1억7500만 원, 모교인 인하대학교에 3000만 원, 카이스트에 2000만 원을 쾌척하는 등 대학 지원을 통한 인재 육성에도 앞장서고 있다. 정 대표는 “대학 기부는 중소 기업에 필요한 인재 공급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시작하게 됐다”면서 “나눔은 대가 없는 풍요로움이다.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온 과거가 만들어 준 성과를 공유하는 것 역시 소중한 기회”라고 힘줘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