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연이 쓴다고?"⋯요즘 소비 공식, '사람'을 봅니다 [솔드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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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화제 되는 패션·뷰티 트렌드를 소개합니다. 자신의 취향, 가치관과 유사하거나 인기 있는 인물 혹은 콘텐츠를 따라 제품을 사는 '디토(Ditto) 소비'가 자리 잡은 오늘, 잘파세대(Z세대와 알파세대의 합성어)의 눈길이 쏠린 곳은 어디일까요?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쇼핑, 요즘 어떻게 하시나요?

X(옛 트위터), 인스타그램 속 발색 사진에 혹해 색조 화장품을 사거나 주말에 입어야 하는 옷을 후기를 뒤져 고르고, 지인의 추천에 귀가 팔랑여 간식을 구매하기도 할 텐데요. 이 과정에선 공통된 기준 하나가 있습니다. 이 제품을 사용하는 '인물'이죠.

광고 문구보다는 누군가의 실제 사용 경험이 더 설득력을 갖기 쉽습니다. 그 누군가는 주변의 지인이나 내가 팔로우하는 인플루언서일 수도, 내 추구미인 연예인이 될 수도 있죠.

이런 흐름 속에서 소비자들은 제품만큼이나 '사람'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아 선택을 단순화하는 경향이 짙어졌습니다. 누구의 취향인지, 어떤 맥락에서 쓰였는지가 하나의 판단 근거가 되는 셈이죠.

소녀시대 태연이 대표적인 사례인데요. '코덕(코스메틱 덕후)'로 잘 알려진 그가 언급한 화장품이 품절로 이어지고, 단종된 제품이 다시 돌아오는 모습까지 포착됩니다. 광고가 아닌 실사용 경험 하나가 소비의 흐름을 바꾸는 순간이랄까요.

▲(출처=태연 공식 유튜브 채널 캡처)

'태연템' 뭐길래…코덕들 눈길 한 곳으로

태연은 자칭 타칭(?) 코덕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집에서 심심할 때마다 풀메이크업을 하는 열정을 가진 그는 "진지하게 화장품 회사에 들어가 볼까 생각한 적도 있다"며 "요즘엔 워낙 좋은 제품이 많아서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오르진 않지만, 블러셔나 컨실러 같은 제품을 만들어보고 싶고 하이라이터도 재미있을 것 같다"고 말할 만큼 화장품에 진심이죠.

태연은 지난해 말 유튜브 콘텐츠 '탱코덕'을 통해 자신이 애정하는 화장품들을 소개한 바 있습니다. 이 영상이 화제가 된 건 광고나 협찬 없이, 그가 애정하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한 이른바 '내돈내산' 콘텐츠였기 때문인데요. 영상에는 '본 콘텐츠는 상업적 용도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라는 문구까지 명시하면서 논란을 사전 차단하기도 했습니다. 인기 아이돌 그룹 소녀시대 멤버로서, 또 솔로 아티스트로서 무대 위 단단한 입지를 쌓아온 그인 만큼 '찐 태연템'에 관심이 쏠리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죠. '탱코덕' 첫 회는 30일 기준 141만 회, 21일 공개된 2회는 42만 회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인기를 끄는 중입니다.

특히 코덕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제품은 페리페라의 맑게 물든 선샤인 치크 라떼 달달해 컬러였는데요. 태연이 영상에서 '요즘 최애 블러셔'로 꼽은 데다가 영상이 공개됐던 '가을'과도 딱 어울리는, 은은한 베이지 컬러이기 때문이었죠. 지난해 뷰티 업계의 주요 키워드 중 하나였던 '모카 무스' 트렌드와도 찰떡 같이 어울려 관심이 폭발했고 한때 '품절 사태'까지 발생했습니다.

아멜리의 스텝베이지 마카롱 그레이도 태연이 애정하는 아이템으로 꼽혔습니다. 그가 직접 "이건 없어지면 안 된다"고 강조한 섀도우로, 팬들 사이 이미 '태연 섀도우'로 이름을 알리면서 품절 대란을 일으킨 제품이기도 합니다.

태연은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선 웨이크메이크의 믹스 블러링 볼륨 블러셔 소프트뮤트 사진을 올리고 "단종된 제품을 다시 살려달라"고 직접 읍소해 웃음도 자아냈는데요. 당시 태연의 샤라웃에 응답한 이 브랜드는 약속도 지켰습니다. 19일 웨이크메이크 공식 인스타그램에는 'Coming Soon', '웨이크메이크 공장 풀가동 ing'이라는 문구와 함께 블러셔 제품 사진이 올라왔죠. 해당 제품은 다음 달 27일 재출시될 예정입니다.

또 투크는 기획 세트를 통해 아이 익스텐더 도화살몬 밀크를 미니 사이즈로 공개한 적 있는데요. 태연이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이 제품의 사진을 올리며 "정식 발매하라"고 촉구하자 해당 브랜드는 지난달 이 제품을 공식 발매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출처=태연 공식 유튜브 채널 캡처)

실패 비용 낼 수 없어!…디토 소비 배경은

태연의 콘텐츠가 팬들뿐만 아니라 코덕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데에는 요즘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실패 비용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제품 가격대는 예전보다 훌쩍 높아졌고, 신제품은 끊임없이 쏟아지지만 끝까지 써도 후회 없는 선택지는 점점 줄어드는 분위기죠.

이런 상황에서 태연의 추천은 하나의 안전장치처럼 작동합니다. 단순히 '좋다'는 말이 아니라, 수년간 사용해온 제품이라는 맥락과 직접 쟁여뒀다는 증언(?)까지 뒷받침되는데요. 실패 확률을 낮춰주는 검증 과정처럼 받아들여지게 되는 거죠.

이 흐름은 브랜드 전략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브랜드가 제품을 기획하고 모델을 앞세워 유행을 밀어붙이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면, 소비자 반응이 먼저 형성되고 브랜드가 이에 화답하는 모습이 어렵지 않게 포착되는 요즘입니다. 특히 웨이크메이크나 투크처럼 셀럽의 언급 이후 생산 재개나 정식 발매를 결정하는 장면은 기획된 광고보다 실시간 수요 데이터에 빠르게 반응하는 구조를 보여주죠.

여기에 '내돈내산(내 돈으로 내가 산 아이템)'이 만들어내는 신뢰도 역시 한몫합니다. 집에서 풀메이크업을 즐기는 진심(?)과 실제로 사용하는 제품만 소개하는 태연의 태도가 결합되면서 그의 추천은 브랜드 측의 설명보다 강력한 구매 결정 신호로 기능한 것으로 풀이되죠.

이에 뷰티 브랜드의 전략은 '우리 제품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프로슈머(Prosumer)의 목소리에 얼마나 민첩하게 응답할 준비가 되었는가'로 무게를 옮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태연이 쏘아 올린 공에 브랜드가 적극적으로 화답하는 양상은 시장에서 '진정성'이 가장 강력한 생산 동력임을 증명하는 장면으로도 읽힙니다.

▲더블웨어 파운데이션. (출처=에스티로더 코리아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집단 '쟁여놓기' 사례도…디토 소비엔 데이터도 한몫

이러한 디토 소비는 비단 특정 인물의 추천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인물의 안목만큼이나 강력한 구매 결정의 지표가 되는 건 바로 수많은 후기로 검증된 데이터죠.

최근 뷰티 업계에서 화제가 된 사건 하나가 있습니다. 지성 피부 타입 소비자들의 '인생 파운데이션'으로 통하는 에스티로더의 더블웨어 파운데이션 리뉴얼 소식인데요. 해당 제품은 1997년 출시된 후 파운데이션이라는 카테고리를 정의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끄는 제품입니다.

에스티로더 측은 최근 '36시간의 지속력, 72시간의 수분 유지력' 등을 앞세워 이 파운데이션을 60종류의 색깔로 새롭게 선보이겠다고 밝히면서 화제를 모았습니다. 다만 이번 리뉴얼은 유럽 등 글로벌 시장의 화장품 성분 규제 강화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죠.

브랜드 측에선 더 향상된 품질을 공언하며 대대적인 리뉴얼을 발표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기대와 다른 움직임이 포착됐습니다. 적지 않은 소비자들이 기존 제품을 쟁여놓기 시작한 건데요. 우리나라 소비자들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다수의 온라인 커뮤니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파운데이션을 3병 이상 주문했다는 후기가 줄을 이었죠. 일부 소비자들은 '판매처에서 재고가 부족하다며 취소 연락을 보냈다'며 슬퍼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브랜드가 야심 차게 내놓는 신상보다 내 몸이 이미 겪어보고, 수년간 집단 지성이 검증한 '데이터'를 더 신뢰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리뉴얼 소식에 기존 제품을 대량 구매하는 행위는 언뜻 신제품을 거부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다만 이는 브랜드가 내세우는 혁신' 메시지보다, 수년간 특정 집단 내부에서 검증되고 합의된 '기존의 가치'라는 데이터에 자신의 선택을 위임하는 게 실패 확률을 줄이는, 더 현명한 길이라고 판단한 결과로 풀이할 수 있는데요. 코덕으로 잘 알려진 셀럽의 추천을 신뢰하고 집단 지성이 공인한 '구관'을 따르는 건 '실패 없는 확실한 선택지'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합니다. 정보의 양이 곧 신뢰의 양과 비례하지 않는 환경 속에서, 소비자들은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와 맞닿아 있는 인물이나 검증된 기록에 기꺼이 선택권을 위임하고 있는 모습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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