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술을 취하지 말고 즐기자는 문화가 확산하며 국내 주류시장이 침체를 겪는 가운데 일본 수입주류는 지난해 기록을 세웠다. 올해는 주류세 감면으로 하이볼 수혜가 예상되며 일본산 주류가 국내 시장에서 영향력을 더욱 넓힐 것으로 예상된다. 소주와 맥주라는 양대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하는 국내 주류사들의 내수 경쟁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1일 관세청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산 맥주 수입액은 7915만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같은 기간 일본산 사케(청주) 수입액은 2784억 달러로 역시 사상 최고치다.
일본 수입주류는 ‘노재팬’(일본 상품 불매운동) 이후 한일관계 개선 등으로 2022년 이후 증가세를 보여왔다. 대표적인 일본 수입주류인 맥주의 경우 회복세가 특히 빨랐다. 일본산 맥주 수입액은 △2022년 1448만 달러 △2023년 5551만 달러 △2024년 6744만 달러 등으로 노재팬 이전 수준으로 올라섰다.
일본 수입주류가 선전하면서 소주와 맥주를 기반으로 하는 국내 주류사는 더욱 고민이 많아졌다. 주요 종류는 맥주, 하이볼, 사케인데 저도주 트렌드에 잘 맞는 데다가 엔저 현상이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도 인기가 있었던 일본 맥주는 지난해부터 국내 마케팅을 강화했다. 수입 단가 부담이 줄면서 다양한 일본 맥주가 국내로 들어오고 있어 경쟁이 치열해졌다. 음주 문화 변화로 주점에서의 술 소비는 줄어들고 마트에서의 술 소비가 늘어나고 있는데, 국내 주류사의 주요 판매 경로는 주점 등 유흥 채널인 반면 일본 맥주의 주 판매 경로는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 소매점이라는 점도 엇갈린다.
저도수를 선호하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시장에 자리를 잡은 하이볼은 가격 경쟁력이 생길 전망이다. 정부는 올해 4월부터 2028년 12월까지 한시적으로 하이볼과 같은 저도수 혼성주류에 대해 30% 주세 감면을 적용할 계획이다. 감면 대상은 알코올 도수 8.5도 이하이면서 불휘발분(휘발되지 않는 당분) 2도 이상인 주류로, 하이볼이 대표적이다. 주세율 72%와 교육세, 부가가치세 등을 고려하면 소비자가격 인하 효과는 15% 내외로 예상된다.
위스키에 탄산수를 섞은 하이볼은 서구권에서 개발됐지만, 일본에서 전성기를 맞으며 대중화된 주류다. 국내에서도 하이볼은 이자카야 중심으로 보급돼 산토리 가쿠빈, 짐빔 등 일본 위스키로 만드는 경우가 많다. 하이볼 열풍 당시 일본 위스키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정도였다. 국내에서 하이볼과 위스키 투 트랙으로 소비되는 일본산 위스키 수입액은 지난해 20% 증가했다.
마니아층 위주의 사케도 주류 취향이 다양해지면서 수입액이 2022년 1898만 달러에서 3년 새 50% 가까이 늘었다. 사케는 알코올 도수 15도 내외의 맑은 술로 일본의 전통주다. 다양한 안주와 조합이 좋고, 특유의 감칠맛이 특징이다. 일본 여행객이 늘면서 국내에서도 사케 인기가 증가 중이다.
사케 인기가 늘어나면서 소주와의 사케는 갈수록 낮아지는 국내 주류사의 소주 브랜드와 경쟁 상대로 부상하고 있다. 과거 국내 소주의 알코올 도수가 20도 내외였지만 점점 도수가 낮아지면서 최근 15도 경쟁을 본격화했다. 하이트진로는 2024년 15.5도의 저도주 소주 ‘진로골드’를 출시했고, 롯데칠성은 최근 소주 ‘새로’의 도수를 낮춰 15.7도로 새로 단장했다. 15도 내외의 술은 사케와 와인 등이 꼽힌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도수를 낮추는 만큼 판매량이 늘어 원가 절감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알코올 도수가 15도 이하로 내려가면 사케와 과실주와도 경쟁해야 한다”면서 “15도가 소주의 새로운 기준점이 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