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ICO·스테이블코인까지…가상자산 기업 자금조달 다시 시험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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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자금조달, 거래소에서 기술 인프라 중심으로 무게 이동
국내 블록체인 인프라 기업, IPO·투자 병행 전략으로 자금조달 다각화
코스닥 3000·ICO 제도화 논의 속 기대와 과거 전철 우려 교차

(구글 노트북LM)

가상자산 기업공개(IPO) 시장의 문법이 '투기적 성장'에서 '기술 인프라'로 급격히 재편되는 중이다. 과거 거래소 중심의 상장 공식이 힘을 잃는 대신, 규제 준수 역량을 갖춘 인프라 기업들이 시험대에 오르는 모습이다. 이러한 흐름은 국내 가상자산 기업들의 상장 전략과 정책 논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1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따르면 지난달 22일(현지 시간) 상장한 가상자산 커스터디(수탁) 기업 비트고는 상장가 대비 27% 하락했다. 지난해 상장한 써클, 제미니, 불리시 등 가상자산 관련 기업이 상장 직후 좋은 성과를 보였던 것과 대조적이다. 비트고의 부진은 가상자산 기업도 다른 기술주와 동일한 엄격한 수익성 잣대를 적용받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는 최근 "올해 글로벌 가상자산 IPO 시장은 단순 거래 플랫폼에서 규제 준수 수탁 및 노드 인프라 솔루션으로 중심축이 이동했다"고 평가했다. 투자자들이 변동성이 큰 거래 수수료 수익보다 기술 인프라를 제공하며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국내 사례로는 블록체인 인프라 기업 DSRV가 거론된다. DSRV는 대신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코스닥 상장예비심사를 준비하며 비교 기업(피어 그룹) 선정을 검토 중이다. 다만 DSRV 관계자는 “IPO는 단기 목표라기보다 기술적·사업적 성과가 충분히 축적된 이후 검토 가능한 선택지 중 하나에 가깝다”라고 말했다.

DSRV는 IPO 외에 자금 조달 창구를 다각화하는 과정에서 미국 현지 법인을 통한 투자 유치 방안을 검토 대상에 올려놓았다. 지난해 300억 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마친 데 이어 시리즈C 투자도 계획 중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 인프라형 기업이 상대적으로 높은 상장 프리미엄을 인정받는 흐름과 맞물려 DSRV 역시 동일한 맥락에서 자금조달 전략을 확장하는 중이라는 분석이다.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자금조달 경로 확대는 정부가 제시한 코스닥 3000 목표와도 맞닿는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코스닥 3000 돌파를 위해 가상자산공개(ICO)와 거래 토큰으로 활용되는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의 필요성을 이재명 대통령에게 제안했다. ICO는 지분 희석 없이 자금을 조달하거나 글로벌 투자자를 유치 가능하다는 점에서 대안적 조달 수단으로 분류된다. 기술 중심의 무형 자산 비중이 높은 코스닥 기업 특성상 디지털 자산 활용 방안에 관한 관심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다만 업계에서는 제도화 속도가 과도하게 앞서면 과거 전철이 반복되지 않겠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금융위원회는 2017년 ICO 붐 당시 사기성 발행과 투기 과열을 이유로 ICO를 전면 금지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토큰 발행은 글로벌 흐름에 부합하고 해외 자금을 유치 가능하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지만, 과거와 같은 단기 수익 추구 중심의 발행 관행이 되풀이될 경우 제도 도입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자산이 제시했던 본래 취지 중 하나가 중개기관을 최소화해 거래 비용을 낮추는 탈중앙화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제도권 편입 과정에서 기존 금융기관의 역할이 확대될 경우 혁신의 속도와 범위가 제한된다는 우려다.

양현경 iM증권 연구원은 “디지털자산기본법의 세부 조항과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 감독 체계, ICO 허용 범위 및 공시·책임 구조가 명확히 설계돼야 제도적 신뢰로 이어질 수 있다”라며 “규제 강도가 예상보다 강화되거나 시행 시점이 지연될 경우 현재 형성된 기대감이 단기 조정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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