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데헌 등 K콘텐츠 세계적 흥행에도…한국영화 극장 경쟁력↓
홀드백·스크린쿼터 해법 표류, 극장 침체 속 제도 논의 제자리

지난해 한국 영화 시장 매출은 1조469억원에 그쳤다.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이후 회복 흐름이 본격화된 202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3년간 이어졌던 ‘천만 관객 영화’도 자취를 감췄다. 한국적 소재를 전면에 내세운 넷플렉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등 K콘텐츠가 글로벌 무대를 장악한 것과 달리 국내 극장가의 현실은 암울하다. 영화계 안팎에선 극장 수익 기반을 지키기 위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공개를 일정 기간 막아두는 홀드백(holdback) 제도 부재와 스크린쿼터의 구조적 한계, 관객 감소에 따른 객단가 하락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12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흥행 상위 5위권 안에 든 한국 영화는 조정석 주연의 ‘좀비딸’이 유일했다. 매출 741억 원으로 1위를 기록한 ‘주토피아2’를 비롯해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F1 더 무비’, ‘아바타: 불과 재’ 등 외화가 흥행을 주도했다. 무엇보다 3년 연속 이어진 ‘천만 영화’ 계보가 끊겼다. 2022년 ‘범죄도시2’와 ‘아바타: 물의 길’, 2023년 ‘서울의 봄’과 ‘범죄도시3’, 2024년 ‘파묘’와 ‘범죄도시4’가 누적 관객 수 1000만 명을 돌파하며 극장가에 활력이 도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단 한 작품도 천만 고지를 넘지 못했다.
시장 규모 역시 정점을 찍은 뒤 감소세로 돌아섰다. 연도별 매출은 2022년 1조1602억원, 2023년 1조2614억원으로 확대됐다가 2024년 1조1945억원으로 감소했고 지난해 1조469억원까지 뒷걸음질 쳤다. 엔데믹 이후 회복 기대가 컸던 점을 감안하면 체감 위축은 더 크다는 평가다.
이와 대조적으로 케데헌은 제83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최우수 애니메이션상과 주제가상을 받으며 2관왕에 올랐다. 플랫폼 기반 K콘텐츠는 세계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지만 극장 중심의 영화 생태계는 관객 감소와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셈이다.
영화계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한다. OTT 공개를 일정 기간 제한하는 홀드백 제도 공백, 실효성이 떨어진 스크린쿼터제의 맹점, 이동통신사 할인 정책으로 인한 객단가 왜곡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극장 관람 수요를 회복해 투자 선순환을 복원하자는 취지로 문화체육관광부가 2023년 ‘영상산업 도약 전략’에 홀드백 도입을 포함했지만 이해관계자 간 이견으로 논의는 중단된 상태다.
문체부 관계자는 “2024년 이후 영화진흥위원회를 비롯해 영화계 관계자들과 협의체를 만들어 논의했지만 의견 차이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다만 영진위 역시 홀드백 제도 도입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기보다는 업계 주체들이 자율적으로 협약을 통해 합의하는 방식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