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기반 못 옮기면 혁신도시 '재탕'…"지방 부동산 변동성만 키울 수도" [5극 3특, 지도가 바뀐다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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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이동시켜 일자리 만들고 인구 유입 기대
‘공공기관 이전’ 혁신도시, 초기 효과 봤지만
다시 ‘수도권 집중’⋯집값 상승 효과도 ‘반짝’

'5극 3특'은 수도권에 과도하게 몰린 주거 수요를 권역 거점으로 분산시켜 수도권 집값을 안정화하고 지방을 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가 높다. 공공기관과 기업 등 일자리가 옮겨가면서 인구 유입과 지역 경제를 활성화한다면 자연스럽게 주거 수요가 이전되기 때문이다. 다만 과거에 같은 논리로 시작한 혁신도시 사업이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던 전례를 생각하면 5극 3특 역시 낙관하기만은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1일 관가에 따르면 정부는 5극 3특을 통해 수도권에 집중된 공공 기능과 산업을 권역 거점으로 분산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공공기관의 추가 이전이 핵심 수단으로 검토되고 있으며 정책 실행 시점은 2027년 전후가 거론된다.

5극 3특과 맞물려 가장 주목받는 기대효과 중 하나는 부동산 시장 안정이다. 권역 거점에 기업과 공공기관, 산업이 자리 잡으면 고용과 지역 경제가 개선되고 이는 인구 유입과 정주 수요로 이어진다. 주택시장에서는 매매·전세 수요가 늘며 가격을 지지하는 힘이 생긴다.

문제는 과거에도 유사한 정책이 반복됐지만 결과는 도돌이표에 가까웠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정책이 혁신도시 사업이다. 이 사업은 지난 20여 년간 공공기관 이전을 중심으로 추진됐다. 2000년대 초 ‘국가균형발전 특별법’ 제정으로 정책 틀이 마련됐고 2005년 △부산 영도구 △대구 동구 △전남 나주 △울산 중구 △강원 원주 △충북 진천 △전북 전주 △경북 김천 △경남 진주 △제주 서귀포 등 10곳에 혁신도시 입지가 확정됐다.

이후 2019년까지 153개 공공기관이 수도권을 떠나 지방으로 이전했다. 이 과정에서 수도권 인구 비중이 일시적으로 낮아지는 등 물리적인 분산 효과도 관찰됐다.

그러나 공공기관 이전이 마무리된 이후 수도권 집중 흐름은 다시 강화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수도권 인구 비중은 2005년 47.4%에서 2019년 49.8%로 꾸준히 상승했다. 2024년 인구주택총조사에서도 수도권 인구는 2630만8000명으로 전체의 50.8%를 차지했다. 지방 분산을 목표로 한 정책이 추진됐음에도 수도권 집중 흐름은 오히려 강화된 셈이다.

정부의 정책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집중이 이어진 배경으로는 생활 기반의 한계가 지목된다. 공공기관이 이전하더라도 주거·교육·의료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으면서 상시 거주 수요가 두텁게 형성되지 못한 지역이 적지 않았다. 수도권에 주거지를 둔 채 지방 공공기관으로 출퇴근하는 형태가 늘었고 혁신도시 일부에서는 평일과 주말의 체감 인구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공공기관 중심의 이전만으로는 상시 거주 수요를 만들기 어렵고 생활권이 비는 현상이 반복되면 수도권 집값을 완충할 만큼의 분산 효과는 제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주택시장 역시 이러한 흐름을 따라갔다. 국토교통부 자치구별 아파트매매가격지수를 보면 혁신도시가 들어선 10개 지역 가운데 통계가 없는 충북 진천과 지난해 말 기준 고점 수준을 유지한 전북 전주·경남 진주를 제외하면 7곳의 주택가격지수가 과거 고점 대비 낮은 수준이다.

대구 동구는 2019년 말 기준 126.66을 기록한 이후 지난해 말 98.14로 고점 대비 22.5% 낮아졌고 부산 영도구 역시 2016년 말 119.35에서 지난해 말 98.32로 하락했다. 나주시와 서귀포시도 각각 2017년과 2014년에 고점을 찍고 14%, 11.1%씩 하락했다.

특히 혁신도시가 들어선 대부분 지역의 부동산 고점이 2013~2019년 사이인 점을 고려하면 혁신도시 조성이 진행되던 국면에서 반짝 올랐다가 이후 기대 요인이 약화되면서 내리막길이 이어진 셈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공공기관 이전만으로는 지역의 가구·인구 감소 흐름을 되돌리기 어렵다”며 “지역에 상시적인 경제활동이 붙지 않으면 수도권 수요를 덜어 집값을 완충하기보다 공동화와 양극화가 심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5극 3특이 집값에 미치는 영향은 기대가 아니라 이동이 결정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지역으로의 기업·인구 이동이 실거주 수요로 이어지지 못하면 정책 기대가 먼저 가격에 반영됐다가 조정으로 전환되는 흐름이 반복될 수 있어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기업과 사람이 실제로 이동해 소득 기반이 바뀌지 않으면 분산 정책이 집값 안정으로 연결되기 어렵다”며 “인센티브나 구호 수준에 머물 경우 주택 수요 이동보다 기대만 키워 시장 변동성을 자극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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