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강화 예고에도 학습효과?…버티기 들어간 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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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구 잠실동 소재 공인중개소 사무소에 급매 안내가 붙어있다. (정유정 기자 @oiljung)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재연장 불가 방침을 재확인하며 ‘정부 이기는 시장 없다’고 했지만 시장은 여전히 관망세에 가까웠다. 세 부담보다 집값 상승 기대가 우위에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현장에서는 급매 문의는 소폭 늘었지만 매물이 쏟아지진 않을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27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과 송파구 잠실동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를 둘러본 결과 일부 사무소 앞에는 ‘급매’ 전단이 붙었지만, 전반적인 시장 분위기는 잠잠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도곡동 A 중개업소 관계자는 “세 부담이 더 커지더라도 이를 의식해 매물이 급증하거나 가격을 크게 낮추는 분위기는 아니다”라며 “양도소득세나 보유세 부담 확대가 이전부터 예고돼 온 만큼 시장에서는 이미 이를 준비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날 업계에 따르면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전용면적 120㎡는 최근 시세인 45억 원보다 2억 원 낮은 43억 원에 급매물로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강남구 도곡동 소재 공인중개소 사무소에 급매 안내가 나오고 있다. (정유정 기자 @oiljung)

‘도곡렉슬’ 단지 인근 B 중개업소 관계자는 “대통령의 세금 관련 발언이 나온 이후 매수자들 전화 문의는 확 늘긴 했다”며 “이 동네 매물에 관심이 있는데 구입 못한 분들이 이번 기회에 가격이 낮게 나오지 않을까 기대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매도자들은 꼭 팔아야 될 사람 아니면 매물을 내놓지 않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다른 지역도 비슷한 분위기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단지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잠실은 ‘똘똘한 한 채’로 굳어져 세금 강화만으로 매물이 쏟아지기 어렵다”며 “지난주 ‘급매’라고 이름 붙인 거래가 1~2건 이뤄지긴 했지만 시세는 떨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강남구 도곡동 소재 공인중개소 사무소 앞에 한 시민이 매물 안내문을 보고 있다. (정유정 기자 @oiljung)

마포구 아현동의 중개업소 관계자는 “시장에 나올 만한 물건은 이미 다 나왔다고 본다”며 “대통령 말 한 마디에 이를 계기로 매도를 서두르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귀띔했다. 노원구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 또한 "개별적으로 계산기를 두드려 본 뒤 매물을 내놓는 움직임이 있을 순 있지만 시장 전체적으로 반응이 나오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전했다.

이처럼 정부의 양도소득세 중과 예고에도 다주택자들이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은 세금이 오르더라도 집값 상승세가 더 커 집을 매도하기보다 보유하는 게 더 낫다는 '학습 효과'가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양도세 중과가 본격화됐던 2018년과 2021년에도 서울 아파트값은 각각 8.03%, 8.02% 상승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통계 기준 서울 아파트 값은 2020년 6월부터 2021년 5월 말까지 51주 연속 상승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020년 7월 1만651건에서 2021년 5월 4899건으로 감소한 뒤 2021년 하반기엔 월 1000건대로 내려 앉았다. 양도세 중과 조치가 거래 잠김과 집값 상승으로 이어졌던 전례가 있는 만큼 이번에도 다주택자들이 비슷한 결정을 내릴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지표도 세금·규제 이슈가 매물 출회로 곧장 이어지지 않을 거라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5만6107건으로 1년 전(8만7874건)보다 36.2% 감소했다. 성동구 매물은 같은 기간 62.0% 줄었고, 마포(-59.7%),송파(-46.9%) 등 한강벨트와 강남 지역 감소 폭이 컸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공급 절벽과 유동성으로 상승 압력이 높은 상태에서 급매로 던질 집주인은 많지 않다”며 “세금 부담이 늘어나면 집을 팔 것 같지만, 현실은 ‘똘똘한 한 채’ 현상이 더욱 강해지고 증여를 통한 부의 대물림도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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