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부품사들도 다시 타격 불가피
정의선 회장, 전날 캐나다로 출국

한미 간 통상 불확실성이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산 자동차에 적용되는 관세를 기존 15%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밝히자, 향후 파급 효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미 자동차 관세가 무역합의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면 기업들의 실적과 투자 전략 전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 전망이다. 다만 구체적인 관세 인상 시점이나 공식 관보 게재 여부 등이 언급되지 않아 협상 국면에서 추가 양보나 투자를 끌어내기 위한 신호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한국 국회가 미국과 체결한 무역 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이에 따라 자동차·목재·의약품을 포함한 한국산 제품에 부과하는 상호 관세를 기존 15%에서 25%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은 지난해 4월 3일부터 한국산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했다가 같은 해 11월 1일부터 15%로 낮춘 상태다.
관세가 25%로 다시 인상될 경우 가장 큰 타격은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다. 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현대차·기아, 한국GM, 르노코리아 등 완성차 5사는 지난해 북미 지역에 164만9930대를 수출했다. 이 가운데 현대차와 기아의 북미 수출 물량만 119만6862대에 달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대미 자동차 관세율이 25%일 경우 현대차그룹의 연간 관세 비용을 8조4000억 원으로 추산했다. 관세가 15%로 유지되면 5조3000억 원 수준으로, 약 3조1000억 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 관세 부담이 실적에 미친 영향은 크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4월 미국의 25% 관세 부과 이후 2~3분기에만 각각 약 2조6000억 원, 2조 원 가량의 손실을 본 것으로 집계됐다. 4분기 실적에서도 현대차그룹이 역대 최대 매출로 ‘300조 클럽’에 입성한다는 관측에도, 영업이익은 관세 영향을 받아 전년 대비 약 20%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전체 생산량의 90%가량을 미국으로 수출해 온 GM 한국사업장(한국지엠)도 지난해 내내 지속된 ‘철수설’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크다.
완성차 업계뿐 아니라 부품업계로의 파급도 불가피하다. 국내 부품업체 상당수가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구조로, 관세 인상 시 1차 협력사뿐 아니라 2·3차 협력사까지 연쇄적인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현재 계속 상황 파악 중으로 지켜보고 대응할 것”이라며 “현대차그룹이 현지에 생산공장을 지었는데 물량을 더 늘리라는 의미로도 해석된다”고 밝혔다.

특히 트럼프 발언을 둘러싸고 최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캐나다 방문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된다. 정의선 회장은 최근 정부 특사단 자격으로 캐나다를 찾아 약 60조 원 규모로 추진되는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와 관련한 협력 가능성을 타진했다. 캐나다 정부는 방산 계약 조건으로 자국 내 제조 기반 강화와 고용 창출, 기술 이전 등을 포함한 산업 패키지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현대차그룹은 잠수함 사업과 연계한 수소 생태계 협력 가능성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협상 수단으로 활용해 추가 투자나 양보를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공식 절차와 시점이 제시되지 않은 점을 들어 ‘TACO(Trump Always Chickens Out)’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실제 관세 인상으로 이어질 경우 충격은 즉각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기업들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15% 관세를 전제로 가격과 생산 계획을 짠 상황에서 관세가 다시 25%로 오르면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며 “발언이 협상용인지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지 불확실한 만큼 당분간은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