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배타적사용권 무력화되나… 삼성생명 치매보험 ‘특허 독점’ 논란

배타적사용권 넘어 ‘특허’ 선택한 삼성생명
손보협회 “상품 경쟁 제한 우려…배타적 사용권 제도 취지 훼손 가능성”

삼성생명의 치매보험 특허권을 둘러싼 손해보험업계와 생명보험업계 1위사 간의 사상 초유 '독점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 최근 삼성생명의 치매보험 상품 구조에 대해 손해보험협회가 제기한 특허 취소 신청이 기각되면서 한시적 보호(배타적 사용권)를 넘어선 '20년 특허 독점'의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이는 보험 상품 심의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첫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특허심판원은 이달 5일 삼성생명이 보유한 ‘치매 위험군을 보장하기 위한 보험상품 제공 방법’ 특허에 대해 손보협회가 제기한 특허 취소 신청을 기각했다. 해당 신청은 지난해 9월 접수됐으며, 특허심판원은 지난해 12월 30일 심결을 내린 뒤 이달 6일 이를 확정 통보했다.

사안의 출발점은 삼성생명의 배타적 사용권 신청이다. 삼성생명은 2024년 7월 경도인지장애·최경증 치매 단계에서 현물을 지급하는 치매보험 상품에 대해 생명보험협회 신상품심의위원회에 배타적 사용권을 신청했지만, 최초 심의에서 불허됐다. 배타적 사용권은 보험사가 새롭게 개발한 상품이나 담보에 대해 일정 기간(최대 18개월) 우선적으로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한시적 보호 장치다.

업계에서는 당시 치매 진단 시 현물을 제공하는 구조가 과거에도 유사 사례가 있었던 만큼, 독창성이 충분히 인정되지 않았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후 삼성생명은 같은 해 8월 재심의를 신청하며 배타적 범위를 ‘현물급부 지급’에서 ‘인지기능 훈련 프로그램을 탑재한 돌봄 로봇 제공’으로 축소했다. 그 결과 2024년 9월 5일, 기존 신청 기간 12개월에서 절반으로 줄어든 6개월간 배타적 사용권을 인정받았다.

통상 배타적 사용권이 불허되거나 기간이 종료되면 해당 상품은 일반 출시되고, 다른 보험사들도 유사 상품을 개발해 경쟁에 나선다. 그러나 삼성생명은 배타적 사용권이 제한적으로 인정된 이후인 2024년 9월 25일, 보험상품 운영 구조 자체에 대해 특허를 출원했다. 해당 특허는 이듬해 3월 등록됐다.

이에 손보협회는 지난해 9월 특허 취소 신청을 제기했다. 특허가 유지될 경우 통상 20년가량 독점적 권리가 인정돼 상품 경쟁과 시장 구조에 미치는 영향이 과도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손보협회가 특히 우려하는 대목은 배타적 사용권으로 걸러진 상품 구조가 특허를 통해 사실상 장기 독점으로 전환되는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배타적 사용권은 일정 기간 이후 경쟁을 허용하는 제도인데 상품 운영 방식을 특허로 묶는 흐름이 확산된다면 신상품 심의 제도 자체가 무력화될 수 있는 탓이다. 게다가 보험상품 개발은 보험사의 본질적 업무인 만큼, 과도한 권리화는 상품 경쟁을 제한하고 소비자 선택권과 후생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손보협회는 특허 취소 신청이 삼성생명과의 ‘대결 구도’로 해석되는 데 대해 선을 그었다. 특허 취소 신청은 누구나 제기할 수 있는 절차이며, 치매·간병보험은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가 함께 판매하는 공통 영역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삼성생명이 생명보험협회 회원사인 점을 고려할 때, 업계를 대표해 손보협회가 문제를 제기했다는 설명이다.

손보협회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특정 회사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배타적 사용권이 불허·제한된 이후 특허로 풀어가는 방식이 보험시장 전반의 상품 경쟁과 소비자 선택권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기 위한 문제 제기였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특허 취소 신청)기각은 특허의 혁신성 판단보다는 제출 서류의 적법성 등 형식·절차 요건을 중심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며 “향후 절차는 내부 논의를 거쳐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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