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미답’ 70년 한국 증시, 코리아 디스카운트 벽 허물었다[오천피 시대]

▲22일 증시 개장과 함께 코스피 지수가 사상 처음 5000을 넘어섰다. (사진제공=KB국민은행)

코스피가 22일 증기 개장과 함께 사상 처음 5000선을 돌파하며 ‘오천피’ 시대를 열었다. 한국 증시가 태동한 지 70년 만에 도달한 전인미답의 지수로, 구조적 저평가의 상징으로 불려온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넘어서는 역사적 장면으로 기록됐다. 과거 수차례 위기와 좌절을 딛고 이뤄낸 결과라는 점에서 단순한 지수 상승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이날 오전 9시 1분 전장보다 92.21포인트(1.88%) 오른 5002.14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 5000선을 넘어섰다. 지수는 전장 대비 77.13포인트(1.57%) 오른 4987.06으로 출발한 뒤 개장 직후 상승 폭을 키웠다. 전날 4900선을 안정적으로 지켜낸 데 이어 하루 만에 상단을 돌파하며 시장의 기대를 현실로 만들었다.

속도 역시 전례를 찾기 어렵다. 코스피는 지난해 10월 27일 사상 처음 4000선을 돌파한 이후 불과 87일 만에 다시 천 단위 지수를 넘어섰다. 1000·2000·3000·4000선을 돌파하는 데 각각 10년 안팎의 시간이 소요됐던 과거와 비교하면 ‘천지개벽’에 가까운 변화다. 한국 증시 역사상 가장 가파른 레벨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날 미국 증시 급락에도 코스피가 상승 흐름을 이어간 점은 이번 랠리의 성격을 보여준다. 코스피는 전날 증시에서 이런 악재를 딛고 전장보다 24.18포인트(0.49%) 오른 4909.93에 마감하며 외부 충격에 대한 내성을 확인했다. 간밤에는 뉴욕 증시 3대 지수가 일제히 1% 넘게 상승하며 글로벌 위험자산 선호가 되살아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 8개국에 대한 관세 부과를 철회하겠다고 밝히면서 이른바 ‘타코(TACO·Trump Always Chickens Out) 트레이드’가 재차 작동한 영향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오천피 돌파의 본질을 해외 변수보다 국내 요인에서 찾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증시 상승 흐름을 두고 “코스피 정상화 과정”이라고 언급했다. 정부가 공약으로 내세웠던 ‘오천피 조기 달성’이 현실화되면서 정책 신뢰 회복과 산업 구조 전환이 맞물린 국장 리레이팅 기대가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한국 증시의 여정은 순탄치 않았다. 1956년 대한증권거래소 출범 당시 상장사는 12개에 불과했고, 거래는 손짓과 음성에 의존하는 원시적 방식으로 이뤄졌다. 1989년 1000선을 처음 돌파한 이후 외환위기(IMF),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팬데믹 등 굵직한 위기를 겪으며 지수는 수차례 급락과 반등을 반복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기업이 상장과 퇴장을 거듭했다.

그럼에도 증시는 위기 때마다 체질을 바꿔왔다. 구조조정과 제도 정비, 산업 경쟁력 강화가 누적되며 시장의 저변은 꾸준히 확대됐다. 개장 첫해 150억 원에 불과했던 시가총액은 현재 코스피 기준 4000조 원을 넘어섰고, 코스닥까지 합산하면 4500조 원을 웃돈다. 상장사는 유가증권시장 843개사, 코스닥 1816개사로 늘어났다.

코스닥 시장도 변화의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같은 시각 코스닥지수는 13.21포인트(1.39%) 오른 964.50을 기록했다. 전날 바이오주 급락으로 조정을 받았던 코스닥은 로봇주를 중심으로 주도주가 이동하며 펀더멘털 강화 흐름 속에 ‘천스닥’ 재도전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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