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ㆍ달러 환율이 연일 1480원대에 근접하며 고공행진 중인 가운데 한국은행이 통화량을 늘려 고환율을 초래했다는 주장에 대해 연일 반박하고 나섰다. 통계상 한국과 미국 통화량 증가율과 등락이 비슷한 수준이었던 만큼 이를 근거로 환율이 뛰고 있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한국은행 통화정책국 김태섭 차장 등은 20일 한은 홈페이지 블로그에 '최근 유동성 및 환율 상황에 대한 오해와 사실' 제하의 글을 통해 "원화 유동성이 과도하게 늘어났고 이로 인해 환율이 크게 상승했다는 주장은 객관적 사실과 맞지 않는다"며 "최근의 환율 상황은 시장심리 및 수급여건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고 있어 경제 펀더멘털에서 다소 벗어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은은 최근 통화량 증가율이 과도하게 높아졌다는 일부 주장에 반박하기 위해 유동성(M2) 증가율 추이를 근거로 들었다. 김 차장은 "M2 증가율은 2022년부터 빠르게 하락하다가 2024년 이후 다소 반등하였지만 과거 평균에 비해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팬데믹 이후로 보면 2020~2021년 중 코로나19 대응으로 11~12% 수준까지 높아졌다가 최근에는 4~5% 대에서 등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미국 등 주요국 10개국과 비교해도 중간 수준에 해당한다는 것이 이들의 평가다. 특히 달러화를 발행하는 미국 통화량은 국내와 비슷한 증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미국 통화량 증가율은 양적완화 기간 최대 25~27%까지 확대됐다가 양적긴축 시점에는 -4~-5%까지 하락하는 등 주요 10개국 중에서도 가장 큰 변동폭을 기록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통화량 역시 강달러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봤다. 한은 측은 "한국의 GDP 대비 통화량이 주요국 대비 높은 편이긴 하나 이는 경제주체의 은행 의존도가 어느 정도냐에 따라 다르다"며 "(은행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은 해당 수치가 높은 반면 자본시장 의존도가 높은 미국 등은 해당 비율이 낮다"고 했다.
통화량 증가가 환율 상승을 유발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김 차장은 "국내 물가가 상대적으로 높아지면 국내 재화에 대한 수요가 해외로 전환되고 이 과정에서 달러화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원ㆍ달러 환율이 상승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라며 "그러나 한국과 미국 간 통화량 증가율은 2024년 이후 유사한 수준이고 물가 상승률은 미국이 한국보다 더 높은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특히 양국 통화량 증가율 차이와 환율 관계를 보면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최근 환율 상승 배경으로는 △내외금리차 △성장률 격차 △수급여건 △시장심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꼽았다. 그는 "최근 움직임을 펀더멘털 요인만으로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다"면서 "실제 지난해 1~11월 거주자 증권투자 규모는 1294억 달러로 같은 기간 경상수지 흑자(1018억 달러)를 웃돌았고 이 같은 흐름은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하루 전에도 강달러 이슈에 대해 목소리를 낸 바 있다. 윤경수 한국은행 국제국장은 전일 블로그 글을 통해 "최근 외화를 싼 이자에라도 빌려주려는 주체들이 많아 달러가 풍부한 상황인 반면 달러를 직접 사고파는 시장에서는 달러를 사려고만 해 환율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한은이 실무자들이 최근 블로그글을 통해 적극 해명에 나선 것은 지난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이창용 총재의 기자간담회와 결을 같이 한다. 당시 이 총재는 한은이 돈을 풀어 환율을 올렸다는 주장에 대해 "가슴이 아프고 화가 난다"며 작심발언을 하기도 했다.
한은은 그동안 정부와 손발을 맞춰온 시장안정화정책이 시차를 두고 효과를 낼 것이라고 보고 있다. 환율 안정화를 목표로 통화정책을 운용하지는 않겠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김 차장은 "만일 한은이 환율을 목표로 통화정책을 수행하면 경기에 대한 부작용이 커지고 오히려 환율안정도 저해될 수 있다"며 "일각에서 제기하는 통화정책을 통한 환율 안정화 대응이 쉽지 않은 이유"라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