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문회 뒤 감독’ 반복…사후 대응 넘어 사전 관리체계 시험대
산재율 2.12%·5년 사망 19명…유족 “진실 묻히지 않게”
산재 대응은 대부분 사고가 발생한 뒤에야 본격화된다. 제도와 대책은 계속 보완돼 왔지만 위험을 사전에 관리하는 체계는 현장에서 충분히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반복돼 왔다. 지난해 말 국회가 쿠팡 관련 청문회를 연 것도 산재가 발생한 이후 은폐·축소·지연되는 과정과 책임 공백을 점검하려는 목적이 컸다. 사고 이후 감독과 수사가 가동되는 구조가 되풀이되면서 산재 대응을 ‘사후 조치’에서 ‘사전 관리’로 전환할 수 있을지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18일 고용노동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노동부는 이달 16일부터 불법파견과 블랙리스트 작성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된 쿠팡에 대해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고강도 근로감독에 돌입했다. 감독 대상은 쿠팡 본사와 물류자회사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배송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배송캠프 등이다. 노동부는 이달 초 ‘쿠팡 노동·산업안전 태스크포스(TF)’와 ‘노동·산안 합동 수사·감독 TF’를 꾸려 기초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위법 사항이 확인되면 법에 따라 엄정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근로감독은 국회 청문회에서 제기된 의혹이 행정 조사로 이어진 첫 사례다. 국회는 지난달 30~31일 ‘쿠팡 침해사고 및 개인정보 유출, 불공정 거래, 노동환경 실태’ 청문회에서 야간노동 실태와 불법파견 의혹, 저성과자 퇴출 프로그램(PIP)운영, 산재 은폐 의혹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김 장관은 당시 쿠팡의 야간노동 문제를 ‘특수한 경우’로 보고, 전체 심야노동 규제 논의와 별도로 가능한 조치를 앞당기겠다고 했다. 본사 인력과 CLS 인력이 뒤섞여 근무한다는 증언에는 “전형적인 불법파견 사례”라며 근로감독 필요성에 공감했다.
업계에서는 감독과 수사가 논란이 커진 뒤에야 가동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한다. 산재 은폐 의혹과 불법파견 논란이 공론화된 뒤에야 행정 조사가 시작되는 만큼 위험 신호를 조기에 포착해 개입하는 상시 점검 체계가 충분히 작동했는지는 점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쿠팡의 산재 지표와 사후 대응 방식도 청문회 쟁점사항이었다. 쿠팡의 산업재해율은 2.12%로 국내 평균(약 0.6%)을 크게 웃돈다. 최근 5년간 쿠팡 물류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는 19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약 60%가 야간근로자였다. 국회는 사고가 반복되는 과정에서 위험 관리가 어떻게 이뤄졌는지와 원청의 책임 범위를 집중적으로 따졌다. 같은 기간 쿠팡이 산재 승인 처분 취소를 요구하며 감사원에 제기한 심사 청구 23건이 모두 기각·각하된 사실도 공개됐다.
산재 인정과 유족 대응을 둘러싼 문제도 제기됐다. 제주 지역 쿠팡 배송기사였던 고(故) 오승용 씨 사건과 관련해 김 장관은 심사 기간을 최대한 단축해 이달 중 판단이 이뤄지도록 지도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산재 발생 뒤에도 인정과 보상 절차가 늦어지고 유족이 장기간 행정 절차를 감내해야 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청문회 이후 정부는 범정부 TF를 구성해 개인정보 유출, 불공정 거래, 노동·산업안전 이슈를 부처별로 나눠 점검에 들어갔다. 노동부는 산재 은폐 의혹 조사와 야간노동·건강권 보호 조치 실태 점검을 예고했다. 경찰도 산재 은폐 의혹을 중심으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정부는 올해 산재 예방 예산을 역대 최고 수준으로 편성해 △안전장비 지원 △컨설팅 △감독 역량 강화 △데이터 기반 예방 체계 구축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