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케데헌’에 가려진 韓영화산업의 그늘

▲송석주 생활문화부 기자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가 제83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애니메이션상과 주제가상을 받으며 2관왕에 올랐다. 업계에선 축하의 반응과 동시에 “미국 영화일 뿐”이라는 냉소도 뒤따랐다. 한국계 제작진이 참여했고 K팝을 비롯한 한국문화가 전면에 배치됐지만, 제작 국적을 엄밀히 따지면 ‘한국산’으로 분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야박한 반응은 현재 한국 영화산업의 불황과 맞닿아 있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성과를 국내 영화산업 회복의 신호로 받아들이기에는 현장 상황이 녹록지 않다. 지난해 한국 영화시장 전체 매출액은 1조357억 원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이후 극장 산업이 회복 흐름을 보였던 2022년 이후 가장 낮은 규모다.

흥행 지형도 달라졌다. 지난해 한국 영화시장은 외화가 주도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주토피아 2’와 일본 애니메이션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이 나란히 흥행 1, 2위를 차지했다. 두 영화가 아니었다면, 매출 1조 원 돌파는 아마 불가능했을 것이다. 흥행 상위 5위권 안에 이름을 올린 한국영화는 조정석 주연의 ‘좀비딸’이 유일했다. 코로나19 이후 3년 연속 탄생한 ‘1000만 관객 영화’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도 극장 산업의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최근 산하기관 업무보고에서 “장관이 되고 처음 만난 분들이 영화인들이었다. 내가 확인한 영화 현장은 생각했던 것 그 이상으로 처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초 문체부 안에 영화·영상 분야에 대한 비상상황실(War Room)을 설치했다”라며 “진짜 돈이 돌고 있는지, 심장이 뛰는지 수시로 체크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현재 한국 영화가 직면한 현실은 △극장 관객 감소 △중박 영화 소멸 △투자 위축 △제작 인력 이탈이라는 구조적 문제로 요약된다. 관객 감소로 투자·배급사의 수익이 줄어들고, 이는 신작에 대한 투자 감소로 이어진다. 산업 전망이 어두워지면서 젊은 창작자들 또한 영화계 진입을 주저하는 악순환이 반복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제작–투자–유통–관람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산업 구조의 복원이다.

이를 위해 기획·개발 단계에 대한 투자 강화가 필수다. 특히 신인 감독들이 장르와 소재를 자유롭게 실험할 수 있는 창작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극장 경기 회복 또한 빠질 수 없다. 최 장관이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언급한 구독형 영화 패스를 비롯해 청년 문화 패스, 지역 영화관 활성화 등을 통해 극장을 다시 일상적 문화 공간으로 되돌려야 한다.

독립·예술영화에 대한 포괄적 지원 역시 중요하다. 제작 지원뿐만 아니라 유통과 상영까지 연결해 독립영화 제작 후 관객을 만나지 못하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아울러 영화제 지원을 확대해 독립영화를 주변부 장르가 아닌 한국 영화 산업의 독보적 지위로 재정립해야 한다.

‘케데헌’의 수상은 한국적 정서와 인적 자원이 세계 시장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일부 글로벌 플랫폼의 개별적 성공을 K콘텐츠 전반의 성과로 착각한다면, 한국의 극장과 제작 현장은 오히려 더 빨리 위축될 수 있음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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