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 전략이 가르는 파운드리 시장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1위 TSMC의 실적 발표를 앞두고 관련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TSMC가 내놓을 실적과 사업 전략은 단순한 한 분기의 성적표를 넘어, 올해 반도체·정보기술(IT) 시장 전반의 흐름을 가늠하는 지표로 읽힌다. 특히 파운드리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인텔 입장에서는 TSMC의 발언 하나하나가 향후 공정 전략과 투자 방향을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수밖에 없다.
14일 업계가 15일(현지시간) 발표될 TSMC 실적과 콘퍼런스 콜 가운데 가장 주목하는 대목은 신규 공장 투자 계획이다. TSMC는 최근 해외 거점에 신규 팹을 잇달아 건설하며 대규모 비용을 투입하고 있다.
이러한 고정비 증가는 단기적으로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고, 이는 곧 가격 정책과 고객 대응 전략으로 이어진다.
TSMC의 비용 구조 변화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TSMC가 투자 부담을 가격에 전가할수록, 상대적으로 가격 유연성을 앞세운 삼성전자에게는 기회 요인이 될 수 있어서다.
공정 전환 속도 역시 삼성전자와 직결된 관전 포인트다. 글로벌 파운드리 1·2위인 TSMC와 삼성전자는 다른 업체들보다 빠른 속도로 2㎚(나노미터·1㎚=10억분의 1m) 공정에 진입하며 최선단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컨퍼런스콜에서 TSMC가 3나노에서 2나노로 넘어가는 전환 속도와 수율, 고객 반응을 어떻게 설명하느냐에 따라 삼성전자의 2나노 전략에 대한 시장의 평가도 함께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두 회사의 시장 점유율 격차는 여전히 크다. 하지만 최근 들어 TSMC에서 밀려난 고객사들이 삼성전자로 이동하는 흐름은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TSMC의 생산능력(CAPA, 캐파)가 빠르게 소진되면서 대기 중이던 고객사들이 삼성전자를 대안으로 선택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올해부터는 양사 간 캐파와 점유율 격차가 점진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인공지능(AI) 수요 확대 역시 이 같은 흐름을 뒷받침한다. AI 가속기와 고성능 프로세서 수요가 늘어나면서 3나노를 중심으로 한 선단 공정 경쟁은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대다수 프로세서가 4나노에서 3나노로 넘어가고 있으며, 애플 등 일부 고객은 TSMC에 2나노 공정으로 제품을 의뢰했다.
이번 실적 발표에서 또 하나의 핵심은 TSMC의 설비투자(CAPEX) 전략이다.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투자 기조를 유지해온 TSMC가 최근, 지난해 CAPEX 가이던스를 기존 380~420억 달러에서 400~420억 달러 수준으로 상향 조정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TSMC의 CAPEX는 선단공정(70%), 특수공정(10~20%), 어드밴스드 패키징 등(10~20%)으로 구성된다. 선단공정이 70%에 달하는 것은 AI 수요가 여전히 견조하다는 의미다. 이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와 후공정, 어드밴스드 패키징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TSMC의 수익성 변화는 전방 고객사의 원가 부담으로도 이어진다. 공장 투자 부담이 커질수록 제품 가격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는 고객사에 전가된다. 이러한 구조는 오히려 삼성전자에 기회가 될 수 있다. TSMC의 가격을 따라가기 어려운 고객 수요가 삼성전자로 흘러들 여지가 커지기 때문이다. 이미 업계에서는 고객들이 TSMC에 공정을 맡기기 위해 웃돈을 주고 순번을 기다린다는 이야기가 파다하다.
테슬라는 자율주행 차량용 칩 AI5를 TSMC에서 생산해왔으나, 차기 제품인 AI6는 삼성전자에 의뢰했다. 이후 AI5 역시 삼성전자에서 생산하는 구조로 전환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