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가상자산 투자 지형도가 급변하고 있다. 투자자들 시선이 ‘가격’에서 거래가 이뤄지는 ‘장소’로 옮겨가면서다. 업비트와 빗썸 등 CEX에서 원화로 현물을 사고파는 방식을 넘어, 글로벌 유동성이 모이는 온체인 파생 시장인 퍼프덱스(PerpDEX·탈중앙화 무기한 선물 거래소)로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14일(한국시간) 가상자산 데이터 플랫폼 디파이라마에 따르면 온체인 무기한선물(perps) 시장의 최근 30일 누적 거래대금은 약 8588억 달러(약 1269조 원)에 달한다. 시장 체급을 가늠하는 지표인 미결제약정(Open Interest) 규모는 약 205억 달러(약 30조 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국내 코스닥 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이른바 ‘온체인 이민’으로 불리는 이 현상의 중심에는 퍼프덱스가 있다. 퍼프덱스는 블록체인 위에서 무기한 선물 거래를 제공하는 탈중앙화 파생 플랫폼이다. 투자자는 스테이블코인 등 담보자산을 예치한 뒤 롱·숏 포지션을 잡아 가격 변동성에 베팅할 수 있다. 이때 만기가 없는 상품 특성상 선물 가격이 현물과 과도하게 벌어지지 않도록 포지션 간 펀딩비(Funding Rate)가 주기적으로 정산되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CEX와 유사한 편리한 거래 경험을 제공하면서도, 모든 주문 체결과 자금 흐름이 블록체인 상에서 투명하게 기록된다는 점이 핵심 차별점이다.
대표적인 플랫폼으로는 ‘하이퍼리퀴드(Hyperliquid)’와 ‘라이터(Lighter)’가 꼽힌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인 하이퍼리퀴드는 빠른 체결 속도와 저렴한 수수료를 앞세워 온체인 거래의 대중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후발주자인 라이터는 거래 인프라 고도화를 강점으로 내세우며 가파르게 외형을 확장해 시장 규모를 키우고 있다. 특히 그간 퍼프덱스에서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현물을 살 수 없었지만, 최근에는 이들 플랫폼 모두 현물 거래까지 가능하도록 진화했다.
주목할 점은 이들 플랫폼에서 한국 시간대(UTC+9)에 거래가 집중되는 현상이다. 코인메트릭스와 타이거리서치 등 온체인 데이터 분석 업체들의 리포트에 따르면 최근 한국인 추정 지갑의 온체인 활동 증가와 함께 아시아 세션 거래량이 급증했다. 업계에서는 한국 투자자들이 주요 퍼프덱스에서 유동성 공급의 한 축을 담당하는 것으로 분석한다.
이처럼 거래 무대 이동이 가속화되는 배경에는 ‘글로벌 시세와의 직접 연결’이 있다. 국내 원화마켓은 글로벌 시장과 분리돼 가격 괴리(일명 김치 프리미엄)가 발생해왔다. 반면 퍼프덱스는 스테이블코인 기반 글로벌 유동성 풀에서 가격이 형성되는 만큼, 전세계 투자자와 동일한 조건에서 거래·헤지 전략을 설계한다. 또 국내 시장에서 충족되지 않는 파생·레버리지 수요가 거래 무대 이동을 자극한다는 진단도 나온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해진 2030 투자자들에게 단순 중개 기능만 제공하는 거래소는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며 "글로벌 유동성 시장에 직접 뛰어들어 스스로 운용 주체가 되려는 흐름은 올해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