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맵 시대에 종이지도 보고 가는 느낌”...농협, 낡은 시스템 속 ‘돈 잔치·비위’ 복마전 [종합]

▲김종구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이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농협중앙회·농협재단 특별감사 중간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농림축산식품부)
농림축산식품부가 실시한 농협중앙회와 농협재단에 대한 특별감사 중간 결과는 한마디로 ‘현대적 내부 통제 시스템의 실종’이었다. 26명의 감사 인력이 투입돼 한 달간 들여다본 농협의 민낯은 거대 조직의 규모가 무색할 만큼 폐쇄적이었고, 그 틈새는 임직원들의 과도한 혜택과 방만한 경영으로 채워져 있었다.

이번 감사를 총평한 한 회계사의 “요즘은 다 카카오맵으로 길을 찾는데, 농협은 옛날 종이지도를 들고 길을 찾는 느낌을 받았다”는 발언은, 10대 재벌급 규모를 자랑하는 농협의 시스템이 얼마나 낙후돼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가장 충격적인 대목은 중앙회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의 거침없는 예산 집행이다. 현 중앙회장은 5차례의 해외 출장에서 매번 숙박비 상한(250달러)을 어겼고, 1박에만 최대 186만 원을 초과 지출하며 5성급 스위트룸을 이용했다.

또한, 이사회에서는 지급 사유조차 불분명한 ‘특별성과보수’를 즉석 안건으로 상정해 집행간부 등에게 1억5700만 원을 지급했다. 농민신문사 회장을 겸직하며 받는 억대 연봉과 수십억 원대의 직상금 등 농협의 주인인 농민들이 연체율 급등(5.16%)으로 고통받는 동안, 지도부는 ‘돈 잔치’를 벌였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조직을 견제해야 할 내부 통제 기능은 사실상 마비 상태였다. 범죄 혐의가 명백한 6건의 징계 사안에 대해 인사위원회 심의나 고발조차 하지 않았으며, 성희롱 등 중징계 사안을 가벼운 주의 처분으로 맞바꾸는 ‘온정주의’가 판을 쳤다.

특히, 독립성이 보장돼야 할 조합감사위원회의 인사권에 중앙회 부회장이 개입하는 등 조직의 기본 질서가 무너진 정황도 포착됐다. 감사를 진행한 관계자는 “인사위원회가 내부 직원으로만 구성되어 징계 수위를 그대로 수용하는 등 형식적 운영에 그쳤다”고 꼬집었다.

또한, 감사 과정에서 대면 조사를 거부한 강호동 회장 등 지도부에 대해 1월 중 추가 감사를 하고 국무조정실과 금융감독원이 참여하는 ‘범정부 합동 감사체계’를 가동하기로 했다. 농협 선거의 고질적인 병폐인 ‘돈 선거’를 막기 위해 6개월의 짧은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등 강도 높은 제도 개선도 예고됐다.

김종구 농식품부 차관은 “이번 감사가 농협이 정말 농협다운 역할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며 발견된 비리 부분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원인을 찾고 그것을 개선할 수 있는 계기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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