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 “경제형벌 합리화, 형사 처벌 완화 환영”…‘과징금 폭탄’엔 불안

‘2차 경제형벌 합리화 방안’에 경제단체 한목소리 환영…“형사 리스크 완화”
과징금 100억 시대 예고…형벌 대신 금전 제재 강화

▲더불어민주당 경제형벌·민사책임 합리화 태스크포스 단장인 권칠승 의원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국회에서 열린 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여당이 발표한 ‘2차 경제형벌 합리화 방안’을 두고 경제계는 전반적으로 환영 입장을 내놨다. 사업주의 고의가 없는 경미한 위반이나 단순 행정의무 위반을 형벌 대신 과태료·시정명령으로 전환한 점이 정상적인 기업 활동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형사 리스크를 낮추는 대신 금전적 책임을 대폭 강화하는 방식이 또 다른 기업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30일 경제계에 따르면 이번 2차 방안은 형벌 중심의 규제 체계를 손질해 ‘경제 전과자’를 양산하던 구조를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공정거래·하도급·가맹·대리점 분야 등에서 단순 위반은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하고 시정명령을 우선 부과한 뒤 미이행 시에만 형벌을 적용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위법 억제력은 유지하면서 기업인의 형사 리스크는 낮추겠다는 입장이다.

경제단체들은 이런 방향성 자체에는 공감했다. 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제인협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 5단체는 형벌을 줄이고 시정 조치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취지가 중대재해처벌법 등으로 누적된 기업 불안을 완화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공정거래법·하도급법 등 그동안 경제계가 문제를 제기해 온 영역에서 형벌을 과태료나 과징금 등 금전적 책임으로 전환한 점을 긍정적으로 봤다.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은 “1차 방안에 이어 이번 2차 방안은 범위와 내용이 확대돼 긍정적”이라며 “양적 성과에 그치지 않고 기업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보다 과감하고 속도감 있게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여당이 제시한 ‘형벌 조항 1년 내 30% 개선’ 목표도 차질 없이 이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희철 한국무역협회 무역진흥본부장은 “사업주 형사 리스크 완화는 법적 불확실성을 줄이고 책임 경영 환경 조성에 기여할 것”이라며 “1차 방안 이후 3개월 만에 2차 방안이 마련된 점은 정부의 의지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동시에 강화되는 금전적 제재다. 이번 방안에는 일부 법률에서 정액 과징금 상한을 기존보다 5배에서 많게는 10배까지 상향하는 내용이 담겼다.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부당한 공동행위, 부당 지원·사익 편취 행위 등에 적용되는 공정거래법의 경우 정액 과징금 상한이 기존 20억~40억 원에서 100억 원으로 높아졌다. 위반 행위에 대한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지만 경제계에서는 ‘과징금 100억 원 시대’가 열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유동성 여력이 크지 않은 중소·중견기업에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형사처벌은 피하더라도 과징금 한 번으로 재무 구조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며 “불공정 거래 등 중대 위법 행위에 대한 제재 강화 취지는 이해하지만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제계는 제재의 실효성과 기업 부담 사이에서 보다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단순히 과징금 상한을 일괄적으로 높이기보다는 위반 행위의 고의성, 반복성, 기업 규모와 경영 환경의 특수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차등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래야 형벌 완화와 금전 제재 강화라는 정책 방향이 균형을 이룰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경제단체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교도소 담장을 걷는 심정’으로 경영하는 상황에서 불안을 완화하겠다는 근본적인 취지에 동의한다”면서도 “과징금이 또 다른 공포로 작용하지 않도록 단계적 상향이나 예외 규정이 함께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개정안이 ‘전과자 양산 방지’와 ‘실질적 위법 억제’라는 목표를 함께 내세운 만큼, 수치 경쟁식 상향보다는 집행 과정의 정밀도가 관건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형벌을 줄인 자리에 들어서는 과징금이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새로운 규제가 되지 않도록 향후 입법 과정에서 세밀한 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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