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정부에 전면 재검토 촉구…“미래 성장기반 모두 잃어”

“제약산업의 지속 가능성과 미래 성장 기반, 두 가지를 모두 잃게 될 것입니다. 약가 인하 정책은 산업을 무너뜨릴 것입니다.”
윤웅섭 제약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이사장)은 22일 서울 서초구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관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약가제도 개편안을 정면 비판하며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윤 공동위원장은 “우리 산업의 모든 재원이 제네릭에서 나오는데, 여기서 (수익 기반이) 막히면 연구개발(R&D)과 설비 투자에 대한 재원이 끊겨 산업 지속 가능성 자체가 흔들린다”고 강조했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는 정부가 추진 중인 약가제도 개편안이 약가 인하를 중심으로 설계돼 R&D 위축, 의약품 공급 불안,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비대위는 이날 성명을 통해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약가 개편은 제약산업의 근간을 훼손하고, 궁극적으로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비대위에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한국신약개발조합, 한국제약협동조합 등이 참여했다.
제약산업계는 정부안이 시행될 경우 국내 제약산업 전반에 ‘감내하기 어려운’ 재무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노연홍 비대위 공동위원장은(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은 “상위 100대 제약사 기준 영업이익률이 4.8%, 순이익률이 3%인 것이 현실”이라며 “이제는 일부 기업의 생존 문제가 아니라 전체 제약산업의 생존 문제로 동질화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부안에 포함된 제네릭 약가 산정비율 조정(53.55%→40%)과 주기적 약가 인하가 현실화될 경우, 연간 약 3조6000억 원 규모의 매출 감소가 발생할 수 있다고 비대위는 추산했다.
약가 인하가 R&D 투자 위축으로 직결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됐다. 현재 국내 상장 제약사의 평균 R&D 비중은 약 12% 수준이며, 혁신형 제약기업은 13%를 웃돈다. 노 공동위원장은 “지금은 산업이 성과를 만들고 있고, 몇 년 내 ‘골든타임’ 안에 더 큰 성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보이는 시점”이라며 “이때 추가 약가 인하가 이뤄지면 국산 전문의약품에서 신약으로 넘어가는 ‘상승 사다리’가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윤 공동위원장 역시 “유럽·미국·일본도 정부·학계·산업·금융이 함께 움직이며 산업 전환이 이뤄졌다”며 “지금이 우리에게는 그 인계점(전환점)인데, 정부가 마중물이 돼야 할 순간에 규제를 더 강화하면 허들만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비대위는 약가 인하가 국산 전문의약품 공급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제네릭 의약품은 초고령 사회에서 치료비 부담을 낮추고 접근성을 높이는 핵심 안전망인데, 수익성 악화가 생산 축소·공급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약가 인하 이후 제네릭 의약품의 약 32%가 공급 부족 또는 중단을 겪었다는 사례도 제시했다.
원료의약품 자급 기반 취약성도 문제라로 지적됐다. 노 공동위원장은 “국제 공급망이 흔들리면 요소수 사태처럼 특정 품목 부족이 산업·경제 전반에 큰 충격을 준다”며 “원료의약품은 중국·인도 의존도가 커지는 가운데 약가 인하로 이익률이 더 낮아지면 값싼 원료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고착된다”고 말했다. 국내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2024년 기준 31.4% 수준이며, 페니실린 계열은 사실상 전량 수입에 의존한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대규모 일자리 감소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약산업은 매출 대비 고용유발 효과가 높은 산업으로, 약가 인하가 비용 압박으로 작동하면 연구·품질·생산 인력 중심의 고정비 구조상 고용 조정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비대위는 시장형 실거래가제 확대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요양기관의 초저가 낙찰과 과도한 할인 경쟁이 확대돼 유통 질서가 흔들리고, 제약사의 정상 영업 구조가 훼손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과거 실거래가제 시행 당시 약가 절감 효과가 R&D 확대로 이어지지 못하고 대형 병원에 집중됐다는 비판 속에 제도가 폐지된 점을 들어 ‘실패한 정책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추가 의견 수렴 등을 거쳐 약가제도 개편안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빠르면 내년 1분기부터 시행한다. 노 공동위원장은 “의견 수렴을 하겠다는 입장은 감사하지만, 결정 구조가 정부 권한에 전적으로 기울어 있는 상황에서 산업계 의견이 얼마나 진지하게 반영될지 우려가 크다”면서 “정부의 개편안이 시행된다면 한국의 제약산업 성장동력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한 버ᅟᅩᆫ 깨진 거울은 다시 붙여서 쓸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이라”라고 강조했다.
비대위는 정부에 △약가 인하 정책에 대한 체계적·종합적 평가 △산업 현장 의견을 제도적으로 반영하는 거버넌스 구축 △국민 건강과 산업 경쟁력을 함께 고려한 약가 정책 재설계를 촉구했다. 노 공동위원장은 “정부는 약가 개편안을 일방적으로 추진하기보다 충분한 협의를 전제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며 “국민 보건, 산업 성장, 재정 안정의 균형을 도모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약가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