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뚱거리는 휴머노이드 6개월 만에 춤 춰"
"기술개발 뒤처진 점 인정"⋯한국 협력 필요

중국의 ‘몸’에 일본의 ‘뇌’가 올라탄다. 휴머노이드 패권의 본질이 단순한 기계 조립을 넘어 ‘학습 체계’의 싸움으로 진화하고 있다. 하드웨어를 선점한 중국에 맞서, 일본은 수십 년간 축적한 ‘움직임의 논리’라는 소프트웨어로 로봇 시장의 재편을 예고했다.
휴머노이드 선두자였던 일본이 그 위치를 중국에 내준 지 오래다. 실제로 시장에 나와 있는 완성형 휴머노이드의 상당수는 중국 기업이 만들고 있다. 몸체를 만들고, 움직이고, 판매할 수 있는 단계까지는 이미 중국이 앞서 나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렇다고 일본이 휴머노이드 경쟁에서 손을 놓은 것은 아니다. 하드웨어 주도권이 중국으로 넘어간 이후, 일부 일본 기업들은 승부처를 다른 곳으로 옮겼다. 단순히 몸체를 만드는 제조 경쟁을 넘어, 로봇에게 최적화된 생명력을 불어넣는 ‘기동의 미학’이 휴머노이드 승패를 가를 새로운 분수령으로 떠올랐다.
일본 GMO인터넷그룹이 지난해 설립한 자회사 GMO AI&로보틱스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중국산 휴머노이드 로봇을 도입한 뒤, 자체 피지컬 인공지능(AI)을 소프트웨어로 탑재하는 방식으로 휴머노이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GMO AI&로보틱스는 인터넷 도메인과 클라우드, 금융·가상자산 사업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GMO인터넷그룹이 지난해 설립한 로봇 전문 자회사다. 그룹 차원에서 휴머노이드를 미래 먹거리로 정하고, 본격적인 투자를 시작했다. 지난해 연말 일본 도쿄에서 열린 국제로봇전(iREX 2025) 전시에서 GMO AI&로보틱스가 선보인 휴머노이드는 모두 중국 유니트리 제품이다. G1과 PM01, 워커E 등 3종으로, 외형만 보면 ‘중국 로봇을 전시한 일본 기업’이라는 인상을 준다.

우치다 토모히로 GMO AI&로보틱스 대표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가격 때문에 중국산을 선택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는 “현재 시장에서 실제로 구매 가능하고, 완성도가 높다고 판단되는 휴머노이드는 유니트리 제품이 거의 유일하다”며 “일본산 휴머노이드는 아직 완성도가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저렴해서가 아니라, 구동이 부드럽고 안정적이며 실제로 수입할 수 있는지가 중요했다”고 덧붙였다.
GMO AI&로보틱스가 집중하는 지점은 하드웨어가 아니다. 이들이 강조하는 것은 ‘피지컬 인공지능(AI)’, 즉 휴머노이드의 움직임을 제어하고 학습시키는 시스템이다. 휴머노이드는 아무리 몸체가 잘 만들어져 있어도 시스템이 없으면 두 발로서는 것조차 어렵다.
이 회사는 동일한 하드웨어에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 전혀 다른 움직임을 구현하는 과정을 공개했다. 수개월 단위의 시스템 개선을 통해 보행 안정성과 동작 정밀도를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휴머노이드 경쟁의 핵심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피지컬 AI 개발에 걸린 시간은 예상보다 길지 않았다고 한다. 우치다 대표는 “휴머노이드를 직접 제작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초기 개발 부담은 크지 않았다”며 “법인을 설립하기 한 달 전쯤 ‘한번 해보자’는 구상에서 출발했고, 지난해 6월 기자회견을 계기로 빠르게 체계를 갖췄다”고 회상했다. 뒤뚱거리는 휴머노이드가 춤을 추게 하는 데 걸린 시간이 고작 6개월인 셈이다.
수익화는 아직 초기 단계다. 그는 “현재 매출은 말 그대로 참새 눈물 수준”이라며 “고객사의 구매 요청도 아직은 구체화되지 않았고, 예산 역시 안정적이라고 말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법인 설립 이후 하반기에 성장 속도가 빨라졌고, 2026년 한 해 동안은 어떻게든 상용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은 휴머노이드 개발을 비교적 일찍 시작한 국가로 꼽히지만, 주도권은 이미 중국으로 넘어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에 대해 우치다 대표는 “일본이 (AI와 휴머노이드에서) 늦어졌다는 점은 자각하고 있다”고 인정하며 “문제는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라고 말했다.

글로벌 환경에 대한 인식도 분명했다. 그는 “미국은 규제가 비교적 자유로운 환경에서 투자가 활발하고, 중국은 정부 지원이 압도적”이라며 “일본이 따라잡으려면 기업과 학계, 정부가 삼위일체로 움직이지 않으면 같은 방식으로는 절대 못 따라간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휴머노이드 산업이 안고 있는 구조적 한계도 짚었다. “생산 인력 감소와 노동력 저하는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부분 선진국이 겪고 있는 문제”라며 “아직 배워가는 단계이기 때문에 한국에 조언할 입장은 아니지만, 결국은 함께 고민하고 함께 달려가야 할 분야”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