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UBS·SMFG…글로벌 은행들, 인도 향하는 이유는 [넥스트 인디아 下-③]

부유층 늘고 자산관리 수요 커진 인도
GIFT 조성·세제 혜택으로 금융사 유치 가속

▲2020년 3월 6일(현지시간) 인도 뭄바이의 예스뱅크 앞에 예금을 인출하려는 고객들이 줄 서 있다. (뉴시스)

글로벌 은행들이 인도를 아시아 핵심 금융시장으로 보고 현지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높은 성장률을 바탕으로 부유층 증가와 투자 문화 확산이 이어지고, 외국 금융사 진입 여건도 개선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18일 금융권과 하나금융연구소에 따르면 홍콩상하이은행(HSBC)은 뭄바이·델리·벵갈루루 등 인도 주요 대도시를 중심으로 현지 지점 수를 현재의 두 배 수준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HSBC는 2015년 철수했던 인도 프라이빗뱅킹(PB) 시장에 2023년 재진출한 이후 고액자산가를 겨냥한 자산관리(WM) 서비스도 다시 강화하고 있다. 스위스계 은행 UBS 역시 인도 자산관리사 '360 ONE'과 합작법인(JV) 설립을 추진하며 고객 대상을 고액자산가 전반으로 넓히고 있다.

지분 투자 방식의 진출도 잇따른다. 두바이 정부가 소유한 에미레이츠 NBD는 인도 중소 은행 RBL 지분 60%를 약 30억 달러에 인수했고, 일본 스미토모미쓰이금융그룹(SMFG)은 예스뱅크 지분 24.2%를 약 17억 달러에 매입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글로벌 은행들이 인도 금융시장에 주목하는 가장 큰 배경은 높은 성장성이다. 인도는 14억 명의 인구와 중간 연령 27.9세의 젊은 인구 구조를 바탕으로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속에서도 연 6~9%대의 비교적 높은 경제성장률을 유지해 왔다. 중산층 확대와 함께 금융 서비스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인도 인구·경제 연구기관 프라이스에 따르면 2031년 인도의 중산층 비율은 38%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WM 시장 성장성이 글로벌 은행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스타트업 생태계 확장과 기업공개(IPO) 시장 호황, 외국인직접투자(FDI) 증가가 맞물리며 신흥 부유층이 빠르게 늘고 있다. 나이트 프랭크 인디아에 따르면 자산 3000만 달러 이상을 보유한 인도 초고액자산가는 2022년 1만2069명에서 2027년 1만9119명으로 58%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딜로이트는 인도 WM 서비스 수요가 2029년 2조3000억 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인도 가계의 자산 운용 방식이 부동산·금 등 실물자산 중심에서 주식·펀드 등 금융자산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는 점도 WM 시장 확대의 배경이다. 주식 투자를 위한 디지털 증권 계좌 수는 2017년 3200만 개에서 지난해 1억5000만 개로 급증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를 두고 "청년층 비율이 높은 인도에서 디지털 투자 기반이 확산하면서 금융투자 참여가 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한다.

여기에 인도 정부와 금융당국의 정책 기조 변화도 더해지고 있다. 인도 중앙은행(RBI)은 외국계 금융기관과 사모펀드가 인도 은행의 경영권을 포함한 대규모 지분을 인수하는 것을 개별 심사 전제로 허용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바꿨다. 비국영 은행에 대한 외국인 단일 투자자의 지분 보유 한도(15%) 완화도 검토 중이다.

이상원 국제금융센터 글로벌은행부장은 "미·중 갈등 속에서 인도가 대체 수출 기지로 부상하며 경기 전반이 활성화됐고, 인구 규모가 크고 고액자산가가 늘어나면서 WM 비즈니스를 전개할 여지가 크다"며 "국제금융기술도시(GIFT City) 조성과 거래세·양도세 혜택 등 글로벌 금융사 유치를 위한 정책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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