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이 못 넘은 벽, 인도가 가진 6가지 구조적 우위 [넥스트 인디아 中-②]

내수·전력·제조·정책·디지털·지정학…공급망 선택 가른 구조적 차이

▲2월 28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위원장(왼쪽)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오른쪽)가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차이나 플러스 원(+1)’의 무게추가 베트남을 지나 인도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거대한 내수는 판을 키우고, 전력·산업 인프라는 병목을 줄이며 생산연계인센티브(PLI)는 ‘만들수록 이익’인 구조로 기업을 묶어둔다. 여기에 디지털 결제 확산이 거래 비용을 낮추고 유통 속도를 끌어올리는 가운데 미국·일본·유럽연합(EU)이 공급망을 다시 짜면서 인도는 자본과 신뢰를 모두 얻었다.

17일 산업계에 따르면 인도는 14억 명대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생산·소비·수출이 동시에 작동하는 내수 결합형 공급망 거점으로 평가받는다. 인구 1억 명 규모의 베트남이 수출형 생산기지에 머문 것과 대비되는 지점이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세계경제분석 실장은 “기업들의 인도 진출은 베트남 등 기존 대안국의 인건비 상승 같은 단기 요인뿐 아니라 내누시장을 염두에 둔 장기 전략이 함께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산업용 부지와 전력 인프라에서도 차이가 나타난다. 베트남은 북부 제조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산업용 부지 부족과 전력 수급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하노이무역관은 베트남 정부가 '제8차 전력개발계획(PDP8)'을 추진하는 배경으로 북부 지역 전력 수요 급증과 공업단지 인프라 개선 필요성을 꼽았다.

반면 인도는 주(州) 단위 산업단지 조성과 함께 전력·도로·항만을 패키지로 확충하고 있다. 인도의 전력 생산은 2016년 1168억 kWh에서 2025년 1824억 kWh로 늘었고, 같은 기간 전력 부족률은 4.2%에서 0.1%로 개선됐다. 코트라 뉴델리무역관은 "인도는 최근 10년간 전력 설비와 발전량이 크게 증가했으며, 에너지원별로 설비 확충과 제조 역량 강화, 정책 지원이 병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제조 구조의 질적 차이도 뚜렷하다. 2024년 베트남의 전자 제품 수출액은 1265억 달러로 전체 수출액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했지만, 해당 부문 수출의 약 98%가 외국인직접투자(FDI) 기업에 의존한다. 반도체 인력도 2023년 기준 6000명~1만 명 수준으로, 2030년까지 5만 명 확보를 목표로 하는 단계다.

반면 인도는 대규모 IT 서비스 인력과 소프트웨어·AI 역량을 이미 보유해 제조 공정에 디지털 기술을 결합할 수 있는 여건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2월 미국 싱크탱크 정보혁신재단(ITIF)에 따르면 인도는 전 세계 집적회로(IC)설계 인력의 20%에 해당하는 12만5000명 이상을 보유하고 있으며, 매년 80만 명이 넘는 반도체 엔지니어를 배출하고 있다.

정책 설계 방향도 다르다. 베트남이 첨단기술 기업을 중심으로 법인세 감면과 관세 혜택 등 투자 유치형 인센티브에 무게를 뒀다면, 인도는 생산연계인센티브(PLI)를 통해 실제 생산·매출 증가분에 연동한 보조금을 지급했다. 그 결과 '메이드 인 인디아(Made In India) 스마트폰'이 인도의 주요 수출 품목으로 부상해 올해 1분기 스마트폰 수출액이 48억 달러(약 7조1011억 원)를 기록하며 전체 전자제품 수출의 약 57%를 차지했다. 애플은 폭스콘, 페가트론, 위스트론 등 PLI 수혜를 받는 3개 벤더를 통해 인도에서 아이폰을 생산 중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인도 정부가 스스로를 중국 대체국으로 인식하고 제도 개선에 나선 점이 과거와 다른 변화"라고 평가했다.

디지털 전환 속도도 인도의 강점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인도는 '디지털 인디아' 전략을 통해 국가 차원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하고 있다. 인도 정부가 2016년 도입한 '통합결제인터페이스(UPI)'는 2024년 기준 세계 최대 디지털 결제 시스템으로 성장했다. 2023년 UPI 거래 건수는 1293억 건으로, 전 세계 즉시결제 거래의 49%를 차지했다.

지정학적 환경도 인도에 힘을 싣는다. 베트남은 미·중 사이에서 균형 외교를 유지하고 있지만, 중국계 투자 확대에 따른 ‘베트남산 위장 중국 제품(베트남을 통한 중국산 제품의 우회 수출)’ 제재 리스크가 거론된다. 반면 인도는 2021년 일본·호주와 '공급망 회복력 이니셔티브(SCRI)'를 체결하고, 유럽연합(EU)과는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IMEC)'을 논의하는 등 중국 의존 축소를 전제로 한 공급망 협력의 축에 서 있다. 이치훈 실장은 "미국·유럽·일본이 인도를 밀어주는 배경에는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포스트 차이나' 국가라는 정치·전략적 의미가 깔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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