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 주도권 내준 日⋯'SWㆍ피지컬 AI'로 대반격 [리코드 코리아②]

휴머노이드 개발하고도 AI로봇 뒷걸음
산업용로봇 수익성에 안주해 혁신 늦어
GMO 로봇, 단기간에 진화하며 춤도 춰
"中 부품은 일본산, 뒤처졌다" 단정 일러

세계 최대 로봇 강국 일본이 중국의 거센 공습에 직면했다. 가격 경쟁력과 방대한 데이터, 빠른 인공지능(AI) 학습 속도를 앞세운 중국 기업들은 ‘로봇의 안방’이라 불리는 일본 전시장에서까지 기술력을 과시하며 존재감을 키우는 모습이다. 글로벌 휴머노이드 시장의 주도권이 중국으로 기울었지만, 일본은 수십 년간 쌓아온 정밀 제조 역량을 바탕으로 중국과는 다른 방식의 수성(守城) 전략을 준비 중이다.

지난 연말 일본 도쿄에서 열린 국제로봇전(iREX 2025) 현장에서 관람객들의 시선을 가장 많이 끈 것은 중국산 휴머노이드 로봇이었다. 전통적인 산업용 로봇 강국 일본의 홈그라운드에서 중국 기업들이 전면에 나선 장면은 상징적이었다. 로봇은 크게 산업 현장에서 활용되는 산업용 로봇, 사람과 함께 작업하는 협동 로봇, 두 다리로 보행하는 휴머노이드로 나뉜다. 이 밖에 험지나 위험 지역에서 활용되는 4족 보행 로봇도 최근 관심이 높다. 이 가운데 산업용 로봇 분야에서는 여전히 일본 기업들의 기술력이 단연 돋보인다.

▲지난해 일본 도쿄 국제로봇전(iREX2025)에 중국 휴머노이드회사 GALBOT 제품 관련 광고물이 부착돼 있다. (도쿄(일본)=이수진 기자)

일본 기업들이 산업용·협동 로봇에 집중하는 사이, 휴머노이드 시장의 주도권은 중국으로 넘어간 분위기다. 세계 최초로 휴머노이드 시대를 열었던 일본이 정작 ‘AI 로봇’ 산업에선 뒷걸음질 치고 있다. 기존 산업용 로봇의 높은 수익성에 안주해 혁신의 타이밍을 놓쳤다는 지적과 함께, 너무 이른 출발이 오히려 최신 AI 기술과의 시너지를 가로막는 ‘선구자의 함정’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봇 시장 전문가들은 “산업용과 협동 로봇에서 수익성이 좋으니 굳이 휴머노이드에 투자하지 않은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중국 휴머노이드 제조사 유니트리는 대표 제품인 ‘G1’을 올해부터 일본 시장에서 판매를 시작한다. iREX 현장에서는 G1 여러 대가 복싱 시연을 펼쳤다. 서로 주먹과 발차기를 주고받고, 밀려 넘어질 듯하다가도 균형을 되찾아 반격에 나서는 모습이 연출됐다. 전반적으로 움직임이 빠르고 균형감도 안정적이었다. 해당 시연은 사람이 뒤에서 키패드로 조작하는 방식이었지만, 기본적인 보행과 동작은 AI 학습을 통해 구현된 상태였다. 복싱의 기본 스텝과 움직임은 AI로 학습시키고, 큰 동작만 수동으로 제어한 것이다.

일본 기업이 자체 개발한 휴머노이드 하드웨어는 가와사키중공업 로봇사업부를 제외하면 현장에서 찾기 어려웠다. 가와사키중공업이 공개한 ‘칼레이도9’는 2족 보행 안정성이 아직 완성 단계에 이르지 못한 모습이었다. 무대에 등장할 때도 걸어서가 아니라 바퀴 달린 카트에 앉은 채 이동했다. 동작 속도도 느렸고, 무게는 99kg으로 40kg 수준인 중국산 휴머노이드와 큰 차이를 보였다.

▲일본 가와사키중공업이 지난해 국제로봇전(iREX2025)에서 공개한 ‘칼레이도9’. (도쿄(일본)=이수진 기자)

칼레이도9는 휴머노이드의 ‘두뇌’에 해당하는 피지컬AI와의 본격적인 연결도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사람의 원격 조작을 통해 문 열기, 쓰레기통 뚜껑 열기, 빗자루질 등 가정 환경을 가정한 간단한 시연을 선보였지만, 이는 AI 학습이 아닌 특정 이미지를 인식해 동작을 수행하는 방식이었다.

다만 일본이 휴머노이드 경쟁에서 완전히 밀려난 것은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일본 거대 정보기술(IT) 기업 GMO인터넷그룹의 자회사 ‘GMO&AI로보틱스’는 중국산 휴머노이드 하드웨어에 자체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빠른 학습과 진화를 보여줬다.

이 회사는 중국 유니트리의 G1과 PM01을 하드웨어로 사용했다. 여기에 자체 피지컬AI 시스템을 적용해 학습 과정을 수개월간 촬영한 영상을 공개했다. 지난해 5월만 해도 단순 보행에 그쳤던 휴머노이드는 한 달 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거치며 보폭이 넓어지고 움직임이 부드러워졌다. 10월에는 AI로 안무를 학습해 싸이의 ‘강남스타일’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일본 GMO&AI로보틱스가 지난해 12월 일본 도쿄 국제로봇전(iREX2025)에서 중국 기업 유니트리의 휴머노이드 G1 제품이 안무를 하는 모습을 시연하고 있다. 이 휴머노이드에 탑재된 시스템은 GMO&AI로보틱스의 피지컬AI다. (도쿄(일본)=이수진 기자)

현장 시연에서는 음악에 맞춘 격한 동작은 물론, 넘어질 듯하다가도 스스로 균형을 잡는 모습이 연출됐다. 바닥에 쪼그려 앉아 있다가 순식간에 일어나는 동작은 사람보다 빨랐다.

이들이 보여준 장면은 휴머노이드 경쟁의 본질이 하드웨어뿐 아니라 ‘두뇌’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하드웨어 주도권은 중국에 넘어갔지만, 소프트웨어와 피지컬AI 역량에서 일본이 반등할 여지는 남아 있다는 의미다.

현장에서 만난 로봇 업계 관계자는 “로봇 부품 강자인 일본의 영향력도 여전히 크다”며 “중국산 휴머노이드의 움직임은 뛰어나지만, 여기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이 일본산이기 때문에 일본이 휴머노이드에서 뒤처졌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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