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너머] SNS 제국 설계자들의 고백

이진영 국제경제부 기자

▲이진영 국제경제부 기자
전 세계인의 도파민 수용체를 좌지우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유튜브를 이끄는 수장이 최근 한 발언이 화제다. 2023년 유튜브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닐 모한은 이달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자녀들의 유튜브를 포함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시청 시간을 엄격히 통제한다고 말했다.

그의 고백은 세계적으로 SNS에 대한 규제 압박이 강화되는 시점과 맞물려 있다. 호주는 10일(현지시간) 세계 최초로 16세 미만 아동·청소년의 SNS 이용을 법으로 차단하기 시작했다. 아시아와 유럽의 여러 국가가 비슷한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장 후보도 1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연 인사청문회에서 10대 SNS 사용 제한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메타를 비롯한 테크업계는 로그인하지 않은 상태로 SNS에 접근하는 것이 가능해 실효성이 떨어지고, 오히려 규제가 느슨한 질 낮은 앱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모한의 고백은 SNS 체류 시간을 극대화해 수익을 내면서 정작 자신의 자녀는 통제하는 위선처럼 보일 수 있지만 동시에 힌트이기도 하다. 사실 여러 테크 거물들은 일찍부터 귀띔해줬다. 모한의 전임자인 수전 보이치키는 자녀들에게 ‘유튜브 키즈’를 제외한 일반 유튜브 시청을 금지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는 수년간 여러 인터뷰를 통해 자녀들이 14세가 될 때까지 스마트폰을 갖지 못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애플의 고(故) 스티브 잡스도 자녀의 아이패드 사용을 제한했다고 전해졌다.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와 스냅의 에반 스피겔 CEO도 자녀들의 SNS 이용을 엄격히 관리한다고 공개 석상에서 언급했다. 심지어 메타의 초기 임원 출신이자 벤처캐피탈리스트 차마스 파리하피티야는 퇴사 후 6년여가 지난 2017년 강연에서 자녀에게 페이스북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물론 어린이의 심리적 취약성을 이용해 중독성을 높이는 도구를 개발한 데 대해 죄책감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SNS 생리를 가장 잘 아는 이들이 내린 결론은 명확하다. 성인은 버틸지 몰라도 아이는 아니다. 안전장치 없이 방치될 경우 자녀 보호에 여력을 갖춘 일부 부유층이나 선진국 가정을 제외한 대부분의 아이는 무방비 상태에 놓이게 된다. 이제 한국도 아이들에게 친구와 뛰노는 유년시절을 되찾아주기 위해 실험에 참여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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