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난 부자, 더 쏠린 자산⋯한국 富의 방향이 바뀌고 있다

금융자산 10억 부자 47.6만명…유망 투자처로 '주식' 꼽아
부자들 총 자산 3066조…전체 가계 금융의 60.8%
초고자산가 증가 속도 연평균 12.9%…부동산 비중 줄어

(자료=KB금융)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을 보유한 부자가 47만 명을 넘어섰다. 인구의 1%에도 못 미치는 이들이 전체 가계 금융자산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구조는 더 공고해졌다. 이들은 장·단기 유망 투자처로 모두 '주식'을 꼽았다. 부자의 수는 늘었지만, 부의 분포와 자금의 흐름은 오히려 한쪽으로 더 기울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14일 발간한 '2025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 보유자는 47만6000명으로 추산됐다. 전체 인구 대비 0.92% 수준이다. 전년보다 3.2% 늘었고 통계가 시작된 2011년과 비교하면 세 배 이상 증가했다. 해마다 평균 9.7%씩 불어난 셈이다.

부자들이 보유한 총금융자산은 3066조 원으로 1년 새 8.5% 늘었다. 전체 가계 금융자산 5041조 원의 60.8%에 해당한다. 이들의 금융자산 증가율(8.5%)은 전체 가계 금융자산 증가율(4.4%)보다 두 배가량 축적 속도가 빨랐다.

자산 규모별로는 10억~100억 미만이 43만2000명(90.8%)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 뒤로 △100억~300억 미만 3만2000명(6.8%) △300억 이상 1만2000명(2.5%) 등이었다. 2020~2025년 구간에서 초고자산가 증가 속도는 연평균 12.9%로, 자산가·고자산가(각 5%대 후반)보다 가팔랐다.

부자들의 자산 포트폴리오도 변화 조짐이 나타났다. 올해 7~8월 부자 400명을 면접 조사한 결과 자산은 부동산 54.8%, 금융자산 37.1%로 배분돼 있었다. 전년(부동산 55.4%·금융 38.9%)과 비교하면 두 축 모두 비중이 소폭 낮아졌다. 금·디지털자산 등 대체 투자처가 부상하면서 기타자산 비중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세부 항목에서 가장 큰 비중은 거주용 주택(31.0%)이었다. 이어 △현금 등 유동성 금융자산(12.0%) △거주용 외 주택(10.4%) △예·적금(9.7%) △빌딩·상가(8.7%) △주식(7.9%) 순으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유동성 금융자산과 예·적금, 주식 비중은 늘었고 주택·상가 등 부동산 비중은 전반적으로 줄었다. 연구소는 "부동산 시장 관망세와 신규 투자 위축이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투자는 안전성향이 두드러졌다. 적극·공격 투자형 합계는 17.1%로 1년 전보다 3%포인트(p) 감소했다. 반면 안정형·안정추구형은 49.3%로 5%p 늘었다. 정치·대외 변수에 따른 투자·소비 심리 위축과 맞물려 방어적 자산 배분이 강화됐다는 해석이다.

그럼에도 최근 1년의 체감 성과는 양호했다. 금융투자에서 '수익을 냈다'는 응답이 34.9%로, '손실을 봤다'는 응답(9%대)을 크게 웃돌았다.

상품별 수익 경험률은 △주식(40.0%)이 가장 높았고 △펀드(9.0%) △채권(8.8%) △만기 환급형 보험(8.0%) 등이 뒤를 이었다. 주식 투자자의 평균 보유 종목 수는 국내 5.8개, 해외 4.9개로 조사됐으며 해외 보유 종목 수는 전년보다 0.7개 늘었다.

(자료=KB금융)

향후 유망 투자처로는 '주식'이 올랐다. 향후 1년 이내 단기 고수익 예상 투자처로 주식(55.0%)이 가장 많이 꼽혔고, 금·보석(38.8%), 거주용 주택(35.5%) 등이 뒤를 이었다. 3~5년 중장기에서도 주식(49.8%)이 1위를 차지했는데, 전년 대비 응답률이 14.3%p 뛰어 기대감이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부자들의 자산 축적 원천은 사업소득(34.5%)이 가장 많았고, 부동산 투자 이익(22.0%), 금융투자 이익(16.8%) 순이었다. 연구소는 "부동산에만 기대기보다 사업과 금융투자를 통해 부를 키우는 경로가 넓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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