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주택연금 가입 문턱 낮아진다…주금공 '공시가 12억' 기준 완화 추진

수도권 집값 급등에 '가입 제외' 늘자, 상한 높여 현실화 추진
"2035년 가입가능 가구 941~961만으로 수요 확대 예상"

주택금융공사가 현재 '공시가격 12억 원'으로 설정된 주택연금 가입 기준 완화를 추진한다. 수도권 집값 급등으로 제도 밖으로 밀려난 고령층을 더 많이 편입시키겠다는 취지다. 현금 흐름은 부족하지만 주택 자산 비중이 높은 고령층 현실을 고려할 때 주택연금은 노후소득 보장의 중요한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번 논의가 주택연금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금공은 최근 이사회에서 주택연금 활성화 방안의 일환으로 고가주택 가입을 허용하는 등 주택연금 가입 자격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을 논의했다.

주택연금은 만 55세 이상(부부 중 1명 이상)이 보유 주택을 담보로 제공하고 해당 주택에 계속 거주하면서 매달 연금을 받는 상품이다.

다만 가입기준이 공시가격 12억 원으로 묶이면서 집값 상승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여기에 '집은 자녀에게 남겨야 한다'는 상속에 대한 보편적 정서와 매달 받는 금액이 기대치에 못 미친다는 불만,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 기대감이 겹치면서 주택연금 제도가 탄력받지 못했다. 현재 주택연금 누적 가입자 수는 14만7709명으로 가입 요건을 충족하는 가입 가능 가구(750만)의 2%도 채 되지 않는다. 2007년 제도가 도입된 뒤 20년 가까이 되어가는데도 여전히 '바닥' 수준이다.

주택연금은 초고령사회에서 노후 소득 공백을 메우고 노인빈곤을 완화할 수 있는 대안으로 평가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주택연금 가입 의향이 있는 276만 가구가 실제 연금에 가입하면 매년 34조9000억 원의 소득이 창출되고 이로 인해 노인빈곤율은 3~5%포인트(p) 하락할 것으로 추산된다.

주택연금 잠재 수요층은 큰 폭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고제헌 주택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연금 가입 가능 가구수는 올해 약 745만~760만 가구에서 2035년 941~961만 가구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추정했다. 이러한 인구학적 변화에 이재명 대통령도 후보 시절 '6080 맞춤형 주택연금 확대'를 공약했고 취임 후 첫 경제성장 정책을 통해 주택연금을 포함한 '4대 연금사다리 강화'를 추진 중이다.

고 연구위원은 "베이비부머 이전 세대의 고령층은 가장 큰 자산이었던 부동산을 처분하지 않으려는 성향이 강했다"면서도 "올해를 기점으로 베이비부머 세대가 70대로 접어들고 소득절벽 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되면 주택연금 수요는 지금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주금공은 이번 가입 기준 개편과 함께 주택연금 운영의 기초가 되는 산정체계 전반을 고도화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가격 요건 조정이 실제 지급액과 제도 신뢰도로 이어지는 만큼 산정 근거를 현실에 더 가깝게 맞추겠다는 의도다.

주금공은 월 지급액 산정에 쓰이는 주택가격상승률 산식에 한국부동산원 실거래가격지수를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연금 산정 이자율 기준을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에서 코픽스(COFIX)로 전환하는 방안도 들여다보고 있다. 60세 미만 가입자에게 주택 처분가율을 낮게 적용해 월 연금액을 줄였던 관행도 손질하고 초기 보증료 부과체계를 조정해 가입자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을 함께 살피고 있다.

정혜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주택연금은 안정적 노후생활소득과 주거 안정을 확보하고 거시경제 측면에서 고령자들의 소비 역량을 제고할 수 있다"며 "공시가격 기준 완화와 함께 일정한 주기로 주택 가격 변동을 반영해 월 수령액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주금공 관계자는 "주택연금 가입 주택 가격 기준(공시가 상한) 조정은 시행령 개정 사항으로 금융위원회가 결정할 문제이지 주금공이 임의로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주택연금 활성화 방안을 추진 중이기는 하나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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