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원로들 "대법관 증원, 단계적 추진"⋯'재판소원' 도입은 반대

행정처 주최 '사법제도 개편 공청회' 마지막날⋯與 추진안 쟁점 토론
문형배 8명·김선수 12명 등 대법관 증원 주장⋯"하급심 강화" 의견도
"비상계엄 선포 1년이 지났는데 선고된 내란 사건 하나도 없다" 비판

▲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청심홀에서 국민을 위한 사법제도 개편 공청회:방향과 과제 3일차 종합토론 '대한민국 사법부가 나아갈 길'이 진행되고 있다. (뉴시스)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이 여당이 추진하는 대법관 증원 방안에 대해 "8명을 단계적으로 늘려가자"고 제안했다. 김선수 전 대법관도 오래된 과제라며 대법관 증원에 힘을 실었다. 다만 사법개혁의 일환인 재판소원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목소리가 대부분이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11일 서울 서초구 법원종합청사에서 '국민을 위한 사법제도 개편 공청회'를 열었다. 행사 마지막 날인 이날은 문 전 재판관, 김 전 대법관, 조재연 전 대법관, 박은정 전 국민권익위원장(이화여대 법전원 명예교수) 등이 '대한민국 사법부가 나아갈 길'을 주제로 토론에 나섰다.

문 전 재판관은 이 자리에서 "(대법관) 8명 단계적 증원을 건의한다"며 "법 개정 시행 1년 후 대법관 4명을 증원해 상고 심사부를 신설하고, 3년 뒤 대법관 4명을 다시 증원해서 대법원을 연합부 2개, 상고 심사부 1개, 소부 4개 체제로 바꾼다는 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3년이라는 시간을 둔 이유는 청사를 확보하고, 연합부 구성 기준과 절차를 마련하는 데 그정도 시간 필요하다"며 "또 3년 뒤면 총선을 한 번 거친다. 총선을 통해 야당도 사법부 구성 관여 기회를 주는 게 이 제도의 수용을 위해서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박 전 위원장은 "문 전 재판관보다는 소극적, 보수적으로 생각한다. 늘린다면 점진적으로 소부 1부에 해당되는 상고심사부를 담당할 수 있는 정도로 우선 나아가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그렇다고 할지라도 하급심 강화와 병행해서 추진돼야 한다"고 했다.

김 전 대법관은 12명 증원을 주장했다. 김 전 대법관은 "대법관으로 근무해보니 상고사건의 99.9%를 처리하는 소부는 대법관 3명보다 4명이 바람직하다고 확신한다"며 "증원해도 업무량이 많은 건 변함없지만, 현재보다 주심사건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고 전원합의체에서도 지금보다 판례 변경이 적극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대법관 충원 문제는 20년이 넘은 과제"라며 "대법관 증원으로 하급심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데, 그간 대법관 증원이 안 이뤄졌음에도 하급심이 강화되지 않았다. 하급심 강화와 대법관 증원은 배치되는 게 아니라 동시에 추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전 대법관이 주장한 12명 증원은 여권이 추진 중인 개편안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대법원장을 포함해 현재 14명인 대법관을 26명으로 증원하는 내용의 개편안을 추진하고 있다. 1년에 4명씩 3년에 걸쳐 추가 임명하는 방식이다.

▲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청심홀에서 열린 국민을 위한 사법제도 개편 공청회 : 방향과 과제 3일차 종합토론 '대한민국 사법부가 나아갈 길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민주당의 또 다른 사법개혁안인 재판소원 도입에 대해선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문 전 재판관은 "재판소원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독일에서는 인용률이 1% 안팎"이라며 "재판소원 문제는 장기과제로 논의하는 대신, 헌재 한정위헌 결정이 있을 경우 법원에 재심 사유를 인정하도록 하는 법 개정을 건의한다"고 했다.

차병직 클라스한결 변호사는 "재판소원 제도로 헌법소원 사건 폭주를 막을 수 있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며 "헌법적 쟁점에 한정해 헌법소원을 일반화하더라도, 결국 법률가들은 모든 사건을 헌법 쟁점화할 수 있기에 그렇게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란전담재판부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박 전 위원장은 "내란전담재판부나 법왜곡죄 등 민주당 안이 구체적인 시행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다기보다는 현 재판부에 대한 압박용, 경고성이 아닌가 한다"며 "만약 재판 당사자인데 사건 배당에 외부 인사가 관여하거나 정치권이 입김이 들어오는 판사가 담당한다고 생각하면 승복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내란재판이 아무리 중요하다고 할지라도 법 앞의 평등, 정해진 절차 위에서 사법이 이뤄진다는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며 "지금이라도 대법원 규칙으로 항소심에서 집중심리재판부를 운영하기 위한 신속한 뒷받침이 된다면, 실질적으로 내란전담재판부 구실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문 전 재판관은 "비상계엄 1년이 지났는데도 내란 사건은 단 한 사건도 선고되지 않았다는 건 문제가 있다. 또 구속 기간을 날로 계산해온 확고한 관행이 있음에도 시간으로 계산했고, 그 변경을 내란 우두머리 사건에서 적용했다는 건 국민의 불신을 자초했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내란 재판은 신속하게 선고를 하고, 법원이 기타 신뢰성 있는 조처를 해서 분위기를 차분하게 할 필요가 있다"며 "휴먼 에러(사람의 잘못)와 시스템 에러를 섞어놓은 상태에서는 제도 개선이 제대로 논의될 수 없다. 법원에서도 전향적인 조치를 실행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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