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엔비디아 ‘H200’ 대중 수출 허용…미·중 무역전쟁 새 국면 신호

▲엔비디아 로고가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미국이 강력한 국가 안보를 지속할 수 있다는 조건으로 엔비디아가 중국 및 기타 국가의 승인된 고객사에 H200 제품을 수출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고 통보했다”며 “시 주석은 긍정적으로 반응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상무부가 세부 사항을 마무리 중이며 같은 접근 방식이 AMD, 인텔, 그리고 기타 위대한 미국 기업들에 적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조치를 단순한 기술 규제 완화가 아니라 미국에 최대 이익이 돌아오도록 설계된 관리형 경쟁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H200 판매 금액의) 25%가 미국에 지불될 것”이라며 “이 정책은 미국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고 제조업을 강화하며 미국 납세자들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중국이 약속한 것보다 미국산 대두를 더 많이 구매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대중 정책 전반에서 미국 경제적 이익을 최우선에 두겠다는 기조가 분명해졌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이번 규제 완화를 통해 엔비디아는 중국시장에서의 점유율을 회복할 발판을 마련했다. 콜레트 크레스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8월 “지정학적 문제가 완화된다면 분기당 20억~50억 달러(약 2조9300억~7조3400억 원) 규모의 칩을 중국에 공급할 수 있다”며 “주문이 증가할 경우 이 수치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문을 활짝 연 것과는 거리가 있다. H200은 AI 반도체 최첨단 제품으로 기존에 수출이 허용된 ‘H20’보다 고성능이지만, 현재 주력 제품인 ‘블랙웰’ 시리즈보다 한 세대 이전 제품군에 속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블랙웰과 곧 출시될 루빈 칩은 이번 합의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대중국 수출 규제가 완화되는 듯 보이지만 여전히 기술 우위의 가장 높은 계단은 미국이 쥐고 있겠다는 것이다.

다만 미국 내부에서는 반발도 적지 않다. 조 바이든 전 행정부 시절 백악관 기술·안보 담당관을 지낸 에런 바트닉은 “이번 결정은 너무나 근시안적”이라며 “이번 조치는 중국의 반도체 역량을 크게 발전시킬 것이며, 미국은 수출을 허용한 대가로 실질적인 성과를 얻은 것 같지 않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