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보다 빛난 은·구리 ETF…AI·신재생에너지 효과 톡톡

1개월간 KODEX 은선물 20% 급등
구리 실물·선물 ETF 8~9%대 상승

▲올해 8월 14일 중국 장시성 간저우의 한 공장에서 구리 막대 코일이 구리 평판 와이어 생산 라인에 놓여 있다. 간저우/로이터연합뉴스

최근 은ㆍ구리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성과가 연초 이후 상승세로 주목받은 금 ETF를 추월하고 있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10일부터 이날까지 KODEX 은선물 ETF는 20.38% 올랐다. TIGER 구리실물(9.55%), KODEX 구리선물(H)(8.35%) 등도 그 뒤를 이었다. 같은 기간 SOL 국제금과 KODEX 골드선물(H), ACE KRX금현물은 각각 5.93%, 5.36%, 2.85% 상승했다.

증권가는 은과 구리의 산업용 수요가 국제 은ㆍ구리 가격을 밀어 올린 영향이 크다고 보고 있다. 귀금속으로서의 은은 금과 함께 안전자산 중 하나로 분류되는데, 열전도율이 뛰어나 산업재로도 널리 쓰인다. 산업 수요가 광범위한 구리는 대표적 실물경제 선행지표로 여겨져 ‘닥터 코퍼(Dr.copper)’로 불린다.

특히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 열풍과 신재생에너지 수요가 은과 구리 가치를 끌어올렸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은은 태양광 패널, 전기차, AI 관련 전자제품 부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된다. 구리는 AI 데이터센터 메인보드,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전력 공급 장치를 비롯해 냉각 설비에 활용된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중국 경기 부진에도 불구하고 주요 은·구리 가격과 발틱운임지수(BDIㆍ해운 업황 지표)가 동반 상승하고 있는 현상은 단순히 유동성과 일부 원자재 재고 부족만으로 설명하기에 한계가 있다”며 “일부 투자와 산업용 수요가 견조하기 때문이며 미국을 중심으로 한 주요국의 AI와 AI 관련 인프라 투자 확대 영향이 원자재 가격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태양광의 경우 미국에서 AI 시대 전력 대란 우려에 단기 대안으로 급부상한 상태다. DB증권에 따르면 미국 평균 전기료는 올해 8월 누적 기준 5% 상승했고, 2020년 이후로는 28% 치솟았다. 지난해 이후 미국 전력 수요는 40년 만에 2% 이상의 수요 성장이 이어지고 있다.

가스·원전 등은 전력 공급이 급증하기까지 20~30년가량이 소요되고 석탄 발전은 감소하는 추세라는 점에서 태양광이 부각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신재생에너지 산업 위축을 향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전기료가 지속 상승한다면 태양광 필요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한승재 DB증권 연구원은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 가결 이후 미국에서 태양광 보조금은 받기가 더 까다로워졌고 내년부터 더 줄어들지만, 미국 전력 대란이 장기화하며 전기료 상승 폭이 커지면 보조금이 없더라도 태양광 설치 수익률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관측했다.

공급 부족도 영향을 미쳤다. 은은 인도의 수요 급증 등으로 런던 시장에서 은 재고가 대량 유출되고 지난달 초 미국 지질조사국 중요 광물 목록에 은이 추가되며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구리는 미국발(發) 관세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달 미국의 구리 ‘핵심 광물’ 지정이 대표적이다.

장재혁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핵심 광물 편입은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에 의한 관세 부과가 더 쉬워졌음을 의미한다”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구리 ‘반제품’에만 관세를 부과하고 전기동을 둔 결정을 내년 6월 30일까지 유예했을 때만 해도 시장은 안도했지만, 유예됐던 전기동 관세 가능성뿐 아니라 미국 내 구리 밸류체인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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