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 계류된 온라인 플랫폼 규제 법안만 18건
주 52시간제 등 노동 규제가 혁신 속도 떨어트려
회수 불확실성 심화하며 투자 심리에도 악영향

국내 스타트업·플랫폼 산업의 혁신 속도가 규제 역주행에 가로막혀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노동·플랫폼 규제가 누적되면서 기업의 개발·실행 속도가 떨어지고 성장 단계별 스케일업이 지연되는 구조가 고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8일 대한상공회의소가 글로벌 스타트업·벤처투자 시장조사 전문기관 CB 인사이트의 유니콘 기업(기업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비상장기업) 명단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10월 기준 한국이 보유한 유니콘 기업 수는 13개로 세계 11위였다. 미국(717개), 중국(151개)은 물론 경제 규모가 더 작은 이스라엘(23개)과 싱가포르(16개)보다도 뒤처진 수치다.
코로나19 이후 4년 동안 미국의 유니콘 기업은 229개 늘었지만 한국은 2개 증가에 그쳤다.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걸리는 기간도 한국은 평균 8.99년으로 주요 10개국 평균인 6.97년보다 2년 이상 길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신산업 진입을 가로막는 포지티브 규제와 기업이 성장할수록 규제가 늘어나는 ‘성장 페널티’가 스타트업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제한된 내수 시장 속에서 해외 진출 및 글로벌 자본 유치가 부족한 점도 유니콘 배출을 저해하고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최근 국내 규제 환경은 더 강화되는 추세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발간한 ‘2025 국정감사 정책자료집’에 따르면 9월 기준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는 온라인 플랫폼 규제 법안만 18건이 계류돼 있다. 규제 신설과 강화가 매년 반복되며 플랫폼 산업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노동 규제는 혁신 속도를 떨어뜨리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스타트업은 소수 인력이 단기간 집중해 성과를 내는 업무 구조를 갖지만, 주 52시간제는 자발적·몰입형 근무까지 제한해 개발 속도와 민첩성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성과가 낮아도 인력 조정이 어려운 경직된 노동시장도 채용 부담을 높이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미국에서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White Collar Exemption)’이라는 제도를 통해서 일정 직무·소득 요건을 충족하면 근로시간 규정을 적용하지 않아 성과 중심의 유연한 근로 환경을 보장하고 있다”며 “한국도 지분을 받거나 고연봉을 받는 스타트업 핵심 인력에 대해서는 예외 규정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규제 누적은 투자 유치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규제가 스타트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회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민간 자본의 투자심리도 약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벤처투자정보업체 더브이씨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스타트업·중소기업 투자 건수는 243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 감소했다. 투자 금액도 1조2363억 원으로 4% 줄었다.
규제를 피해 해외로 본사를 이전하는 스타트업도 빠르게 늘고 있다. 더브이씨에 따르면 지난해 본사를 해외로 옮긴 국내 스타트업은 186곳으로 2014년(32곳)의 6배가량 늘었다.
이 센터장은 “스타트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데 규제로 발을 묶어놓으면 당연히 투자 매력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누적된 규제와 경직된 노동 환경이 스타트업을 해외로 내몰고 있다. 해외에 인재가 더 풍부하고 투자를 유치하는 데도 더 유리하다면 한국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