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에서 사거나 셋방살이를 할 집이 줄어들고 있다. 신축 공급이 축소되는 가운데 증여와 전·월세 갱신계약이 늘면서 구매할 집도 셋방도 축소되고 있는 것이다. 단기간 내에 신축 공급이 크게 확대되기 어려운 데다 증여·갱신계약 증가세가 계속될 수 있다는 점에서 서울에서 집을 찾는 어려움도 이어질 전망이다.
9일 법원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서울 집합건물(아파트·오피스텔·빌라) 증여 목적의 소유권이전 등기는 7437건이다. 한달치 통계가 빠졌으나 이미 지난해 6549건보다 13% 이상 많은 것이다.
집합건물 증여는 올해 들어서면서부터 늘었는데 특히 하반기 증가세가 가파르다. 지난해 월평균 546건이던 증여는 올해 상반기 603건, 하반기 764건으로 확대됐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상반기 증가율은 10.5%, 하반기는 40%다.
올해 증여는 강남구가 651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양천구(546건), 송파구(518건), 서초구(471건), 강서구(367건), 마포구(350건) 순이다. 주거 선호도가 높고 집값이 비싼 지역이 상위권을 대부분 차지하고 있다.
증가율도 비슷한 양상이다. 양천구(79%)가 가장 높았고 서초구(43.2%), 성동구(38.1%), 송파구(37%), 용산구(34.2%), 광진구(30%)도 큰 폭으로 늘었다.
이는 올해 6월 정권이 바뀐 뒤 주택 보유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한 자산가들이 절세를 위해 집을 물려주는 선택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금을 증여해 매매계약을 하는 것보다는 부동산을 바로 넘기는 게 자금출처 조사 등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자산가들이 선호하는 방식으로 꼽힌다.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등 보유세 인상 관측은 이번 정부 들어 지속되고 있다.
증여가 늘면 주택시장에 나올 수 있는 매물이 줄어들게 된다. 새 아파트 입주뿐 아니라 재고 주택 공급마저 축소되고 있다는 의미다. 서울시의 집계 기준으로 내년 입주 물량은 2만8885가구로 올해보다 약 35% 줄어들 전망이다.
임차시장도 좁아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을 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전·월세 갱신계약은 8만9413건(8일 기준)으로 지난해 연간 7만4879건보다 19.4% 증가했다. 그만큼 시장에 나올 수 있는 매물이 잠긴 것이다.
갱신계약 확대는 구매할 집이 부족한 데다 강화된 대출규제로 매매로 전환하기 어렵다 보니 이사비 등 불필요한 비용을 쓰지 않고 눌러 앉으려는 사람들이 늘어난 게 배경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보유세 인상 등 부동산 세제 강화 조짐으로 자산가들이 선제적으로 움직인 결과가 증여, 매물 부족과 대출 제한에 따른 전략적 선택이 갱신계약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정책 방향의 특별한 변화가 없다면 증여·갱신계약 증가 흐름은 계속되고 전체 매매·임차계약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장에 나오는 매물이 줄면서 가격이 오르는 구조가 형성돼 강남, 마포, 용산 등 핵심지역의 주택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