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와 파트너십 공고화
美진출 막히자 저가로 유럽 공략하는 中
위협받는 K배터리 점유율…전환점 마련 평가

LG에너지솔루션이 메르세데스-벤츠와 2조 원대 전기차(EV)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유럽 전기차 배터리 시장 판도에 변화가 감지된다.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공격적인 가격 공세로 한국 배터리 점유율이 흔들리는 가운데, 기술력과 포트폴리오 경쟁력을 앞세운 ‘맞춤형 수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8일 LG에너지솔루션은 메르세데스-벤츠와 2조601억 원 규모의 계약을 지난 5일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계약 체결 규모는 2024년 매출액의 8%에 해당하는 규모다. LG에너지솔루션이 벤츠와 체결한 배터리는 유럽과 북미 전기차를 대상으로 한다. 계약 기간은 오는 2028년 3월 1일부터 2035년 6월 30일까지다.
이번 계약은 지난해와 올해, 총 3차례의 대규모 배터리 공급 계약에 이은 추가 발표다. 양사는 지난해 10월 북미 및 기타 지역에 50.5GWh, 올해 9월에는 미국과 유럽 지역에 각각 75GWh, 32GWh 규모의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앞선 세 건이 모두 46시리즈 원통형 하이니켈 배터리를 중심으로 한 고성능·프리미엄 차량용이었다면, 이번 계약은 중저가형 전기차용 배터리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증권가에서는 이를 두고 전기차 시장 환경 변화가 반영된 결과로 보고 있다. 완성차 럭셔리 세그먼트 내에서도 원가 부담이 커지며 중저가 배터리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 배터리 업체 입장에서는 감가상각이 종료된 유럽 공장의 활용도를 높여 가동률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이해관계가 서로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실제 LG에너지솔루션은 고객 니즈에 맞춰 하이니켈 중심 생산 구조의 유럽 공장을 중저가 제품으로 전환하는 ‘재포지셔닝’을 진행 중이다. 4분기부터 유럽 시장에서도 르노향 리튬인산철(LFP), 폭스바겐향 고전압 미드니켈을 출하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이번 계약은 지난달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회장 방한 이후 전해진 낭보로 LG·벤츠의 미래차 동맹이 더욱 강화된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이번 계약이 저가를 내세워 유럽 시장을 공략해온 중국 배터리 업체들에 대한 반격이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세계 1위 배터리 업체인 중국의 CATL CATL, 파라시스 등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업체들과 경쟁에서 46시리즈 기술력으로 이를 극복하고 거둔 수주 성과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9월 유럽 전기차 판매량은 298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32.2% 증가했다. 그런데 국내 배터리 3사 점유율은 2023년 60%에서 올해 37%까지 쪼그라 들었다. 미중 갈등 여파로 미국이 사실상 막힌 CATL은 유럽 시장을 집중 공략 중이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고성능 46시리즈부터 중저가 미드니켈·LFP까지 아우르는 제품 포트폴리오, 그리고 현지 생산 능력을 바탕으로 프리미엄 완성차 브랜드와의 파트너십을 강화하면서 전환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탄탄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대표적인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 벤츠 공략에 성공한 만큼 앞으로 유럽 및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