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난도 논란에 조사 나선 교육부...역대 수능 9개 문항 출제 오류 인정

▲오승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4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브리핑실에서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채점 결과와 관련 총평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가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영어 영역 난도 논란과 관련해 출제·검토 전 과정을 전면 조사하겠다고 밝히면서 수능 출제 시스템 전반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절대평가임에도 올해 영어 1등급 비율이 3%대까지 떨어지자 난도 조절 실패 지적이 이어졌고,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이 잇따라 개선 의지를 내놓으면서다.

올해 영어 1등급 비율은 3.11%(1만5154명)로, 절대평가가 도입된 2018학년도 이후 가장 낮다. 6.2%였던 지난해의 절반 수준이며, 상대평가 기준인 4%보다도 낮아 “절대평가가 사실상 상대평가보다 더 어렵게 출제됐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이번 영어 영역은 공식적으로 출제 오류가 인정된 사례는 아니지만 난도 조절 실패 논란이 커지면서 교육부가 출제·검토 전 과정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것이다.

8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1994년 도입 이후 올해까지 총 34회 치러진 수능에선 7개 시험에서 9개 문항의 출제 오류가 공식 인정됐다.

▲2004학년도 수능 언어영억 17번 (평가원)

2004학년도 언어 17번…첫 공식 오류 인정 사례
2008학년도 물리Ⅱ 11번…‘이상기체’ 개념 혼선

수능 역사상 첫 오류 인정 문항은 2004학년도 언어 영역 17번이다. 백석의 시 ‘고향’에 등장하는 ‘의원’의 기능과 유사한 사례를 찾는 문제였으나 ‘의원’의 역할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복수 정답이 가능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결국 평가원은 ③번과 ⑤번을 모두 정답으로 인정했다. 이 사건은 이후 이의신청 제도 도입을 이끌어낸 계기로 평가된다.

▲2008학년도 수능 물리2 11번 (평가언)

출제오류는 다음해에 연속적으로 일어났다. 2008학년 물리Ⅱ 11번 문항은 이상기체를 단원자 이상기체로 전제하고 작성됐으나, 일부 교과서 보충자료에서 이원자·다원자 이상기체 개념이 소개되면서 학생들이 다른 해석을 할 수 있다는 문제가 불거졌다. 과학적으로 타당한 자료가 존재한다는 이유로 평가원은 오류를 인정했다. 교육과정뿐 아니라 교과서 부록까지 검토해야 한다는 경각심을 남긴 사례다.

▲2010학년도 수능 지구과학 1 19번 (평가원)

2010학년도 지구과학Ⅰ 19번…데이터 검증 부족
2014학년도 세계지리 8번…연도 표기 중의성

2009년 실제 일식 사례를 토대로 한 문항에서 출제진은 특정 지역에서 일식 지속 시간이 더 길다고 판단했으나, 위도·지표 곡률 등의 영향을 고려하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었다. 실제 자료와 출제 의도가 맞지 않아 복수 정답(①·③번)이 인정됐다. 평가원은 이후 실측 데이터 확인 절차를 강화했다.

▲2014학년도 수능 세계지리 8번 (평가원)

2014학년도 세계지리에서도 EU와 NAFTA의 경제 규모를 비교하는 문항에서 지도 속 ‘2012’ 표기가 의도와 달리 총생산액 산정 연도로 해석될 여지가 있었다. 2012년 기준 통계를 적용하면 보기의 진위가 달라져 결국 정답 없음 처리됐다. 최신 통계와 교과서 자료의 불일치가 드러나며 출제 자료 검증 시스템 개선으로 이어졌다.

▲2015학년도 수능 영어 25번, 생명과학2 8번 (평가원)

2015학년도 영어 25번·생명과학Ⅱ 8번…도표 해석·표현 문제
2017학년도 한국사 14번·물리Ⅱ 9번…‘당연한 사실’ 검증 소홀

2015학년도 시험에서 두 문제가 출제 오류가 인정됐다. 영어 25번은 도표 내용과 일치하지 않는 진술을 찾는 문제였으나, ‘percent’와 ‘percent point’를 엄밀하게 구분하지 않아 ⑤번 역시 오답으로 볼 수 없어 복수 정답이 인정됐다.

또 생명과학Ⅱ 8번은 ‘결합한다’라는 표현이 상태인지 행위인지에 따라 진위가 달라지는 중의성이 지적돼 ②·④번이 모두 정답으로 처리됐다. 두 사례 모두 검토 단계의 비판적 점검이 부족했다는 평가다.

▲2017학년도 수능 한국사 14번, 물리2 9번 (평가원)

2017학년도에도 두 문항이 오류로 나타났다. 한국사 14번은 ‘시일야방성대곡’이 황성신문에 실렸다는 ‘상식’이 정답 근거로 쓰였으나, 실제로는 대한매일신보에도 게재된 사실이 확인돼 복수 정답이 인정됐다.

물리Ⅱ 9번은 자기장 방향 설정이 누락돼 상황에 따라 보기의 진위를 판단할 수 없어 정답 없음 처리됐다. 두 문항 모두 ‘당연한 전제’를 검증하지 않은 데서 비롯된 오류였다.

▲2022학년도 수능 생명과학2 20번 (평가원)

2022학년도 생명과학Ⅱ 20번…불필요한 조건이 문항 자체를 무너뜨려

2022학년도 생명과학Ⅱ 20번은 고난도 문항이었으나 조건 하나가 오히려 문제 상황을 불완전하게 만들어 해결이 불가능해지는 구조적 오류가 있었다. 이의제기 소송 끝에 전원 정답 처리됐다. 이를 계기로 ‘고난도 문항 점검회의’가 신설되고 검토자문위원 규모도 확대됐다.

반복되는 오류에 따라 평가원은 2004년 이의신청 제도 도입, 심화자료·실측 데이터 검증 강화(2008·2010년), 검토위원 워크숍 확충(2015년), 검토지원단·문항점검위원회 신설(2017년), 고난도 문항 사전 점검(2022년) 등 출제 관리 체계를 꾸준히 보완해왔다. 그럼에도 올해 영어 영역 난도 논란은 출제 오류가 공식적으로 인정된 사례는 아니지만, 출제·검토의 기본 원칙이 다시 문제로 떠오르면서 수능 신뢰성에 대한 사회적 우려는 여전하다.

교육부는 “평가원의 출제 개선 약속이 현장에서 체감될 수 있도록 관리하겠다”며 “수험생 학습권을 보호하고 공정한 평가 체계를 확립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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