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만 DTS 매각…전장·오디오 집중 투자
M&A 전담 신설…내년 ‘빅딜’ 주목

삼성전자가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며 사업 포트폴리오 ‘옥석 고르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자회사 하만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솔루션(DTS) 사업부 매각이 최종 마무리하면서 전장·프리미엄 오디오 중심의 성장 사업에 주력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조직 개편을 통해 인수합병(M&A) 전담팀까지 신설하면서 내년부터는 유망 사업 중심의 투자 확대가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하만은 최근 인도 정보기술(IT) 서비스 기업 위프로(Wipro)에 DTS 사업부를 넘기는 절차를 공식 종료했다. DTS 사업부는 글로벌 제조·자동차·소비재 기업을 대상으로 시스템통합(SI), 클라우드 전환, 디지털 엔지니어링 등 IT 기반 업무 서비스를 제공해온 조직이다.
이번 거래는 미국·유럽·아시아 18개 지역에서 근무하는 약 5600명 인력 승계까지 포함돼 있으며, 업계에서는 약 3억7500만 달러(약 5200억 원) 규모로 추산한다.
하만은 확보한 재원을 차량용 인포테인먼트·텔레매틱스 등 전장 솔루션과 프리미엄 오디오 사업에 집중적으로 투입할 계획이다. 하만은 지난 5월 미국 마시모의 오디오사업부를 인수해 바워스앤윌킨스(B&W)·데논 등 고급 오디오 브랜드를 편입하는 등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도 속도를 내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DTS 매각을 계기로 삼성전자의 포트폴리오 조정이 더욱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며 “전장·클라우드·인공지능(AI) 중심의 신성장 투자 수요가 커지면서 내년 대형 딜 재개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첨단 산업 중심 투자 확대를 위한 조직 개편에도 나섰다. 최근 기존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의 사업지원TF를 ‘사업지원실’로 격상하고, 그 산하에 M&A팀을 신설했다. 이는 미래 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인수·투자 활동을 보다 체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M&A팀은 안중현 삼성전자 사장이 총괄한다. 그는 과거 하만 인수, 삼성테크윈 매각 등 굵직한 거래를 이끈 인물로, 향후 비핵심 사업 매각과 AI·로봇 등 신사업 발굴을 위한 글로벌 M&A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한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M&A를 속속 재개하고 있는 모양새다. 삼성전자는 올해 △독일 냉난방공조(HVAC) 기업 ‘플랙트’ △미국 ‘마시모’ 오디오 사업부 △미국 디지털 헬스 플랫폼 기업 ‘젤스’ 등 세 곳을 인수했다. 이 중 플랙트 인수는 15억 유로(약 2조4000억 원) 규모로, 2017년 전장 기업 하만(9조3400억 원) 인수 이후 8년 만의 최대 거래다.
특히 내년에는 대형 ‘빅딜’ 성사 여부에 이목이 쏠린다. 삼성전자는 100조 원을 웃도는 현금성 자산을 확보하며 투자 여력을 충분히 갖춘 상태다. 3분기 말 기준 삼성전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과 단기금융상품 등을 합하면 108조4435억 원에 달한다. 상반기말(100조7955억 원)과 비교해 7.6% 증가한 규모다.
이재용 회장의 사법 리스크도 해소되면서 이런 움직임에 속도를 붙일 전망이다. 이 회장은 과거 과거 하만 인수를 직접 진두지휘하는 등 기업 M&A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비핵심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M&A 조직까지 손질한 것은 결국 글로벌 경쟁 구도에서 ‘선택과 집중’이 불가피하다는 판단 때문”이라며 “내년에는 전장·AI·클라우드 등 전략 영역에서 보다 공격적인 투자와 구조 재편이 동시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