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는 자산 늘고 빈곤층은 쪼그라들었다"…더 벌어진 자산 양극화

상위 20% 자산 8%↑·하위 20%는 6%↓…‘부익부 빈익빈’ 심화
재산소득 9.8% 폭증…근로소득만 제자리
하위층 자산 줄고 부채 늘며 재무건전성 추락

대한민국 가구의 평균 자산이 5억6000만 원대를 기록하며 양적 성장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고금리와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부유층의 자산은 불어난 반면, 저소득층의 자산은 오히려 감소해 계층 간 부(富)의 쏠림과 소득 양극화가 전례 없이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 국가데이터처가 공동 실시한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5년 3월 말 기준 국내 가구당 평균 자산은 5억6678만 원으로 전년 대비 4.9% 증가했다. 하지만 계층별 성적표를 들여다보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뚜렷했다.

소득 상위 20%(5분위) 가구의 평균 자산은 13억3651만 원으로 전년 대비 8.0% 급증했다. 반면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의 평균 자산은 1억5913만 원에 그치며 오히려 전년보다 6.1% 감소했다. 소득 5분위 가구의 평균 자산은 1분위 가구의 8.4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유층이 자산을 불리는 동안 빈곤층의 곳간은 비어간 셈이다.

이런 격차는 빚을 뺀 '순자산'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소득 5분위 가구의 순자산은 11억1365만 원으로 7.9% 증가했지만, 1분위 가구의 순자산은 1억4244만 원으로 4.9% 줄어들었다. 결과적으로 상위 20%와 하위 20%의 자산 격차 배율은 전년보다 더 커졌다.

자산 쏠림 현상도 가속화됐다. 전체 순자산에서 상위 10% 가구가 차지하는 점유율은 46.1%로, 1년 전보다 1.6%포인트(p)나 확대됐다. 반면 9분위(-0.2%p)와 8분위(-0.3%p)를 포함한 그 외 계층의 점유율은 대부분 뒷걸음질 쳤다.

가구당 평균 부채는 9534만 원으로 전년 대비 4.4% 증가했다. 부채 증가 양상 역시 계층별로 차이가 났다. 소득 5분위의 부채는 8.6% 늘어나며 레버리지를 활용해 자산을 증식한 것으로 풀이되지만, 1분위의 부채는 15.5% 감소해 대출 상환 압박에 시달리거나 자산을 처분해 빚을 갚은 '불황형 축소'의 단면을 드러냈다.

특히 소득 하위 계층은 자산은 줄고 부채는 늘어나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순자산이 적은 하위 20%(1분위) 가구의 평균 부채는 2758만 원으로 전년 대비 3.7% 증가했다. 자산은 감소했지만 부채는 늘어나면서 하위층의 재무 건전성은 더욱 악화됐다.

이에따라 자산 불평등 정도를 보여주는 '순자산 지니계수' 역시 0.625를 기록, 전년보다 0.014 증가하며 분배 지표가 악화되었음을 보여주었다.

빈부 격차 심화의 주요 동력은 소득 원천별 증가율 차이였다. '돈이 돈을 버는' 재산소득이 근로소득 증가세를 압도했다.

지난해 가구 평균 재산소득(이자·배당 등)은 614만 원으로 전년 대비 9.8% 폭증했다. 반면, 근로소득은 4747만 원으로 2.4% 증가하는 데 그쳤고, 사업소득은 1299만 원으로 2.1% 증가에 머물렀다. 자산을 많이 가진 고소득층이 재산소득 급증의 혜택을 집중적으로 누리면서 소득 불균형을 가속화한 것이다.

또한, 중위소득 50% 이하 인구 비율을 뜻하는 상대적 빈곤율은 15.3%로 전년 대비 0.4%포인트 증가했다. 이는 저소득층의 규모가 확대되고 빈곤 위험에 처한 가구가 늘어났다는 명확한 경고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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