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 할퀸 세계 정치 리스크 [비상계엄 1년]

한국,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새 불안요소 추가
베네수엘라, 무제한 통화발행 ‘하이퍼 인플레’ 촉발
영국, 브렉시트 이후 저성장 허덕여
미얀마, 쿠데타로 ‘아시아 다크호스’서 몰락

▲와이디 샤이부(가운데) 나이지리아 육군참모총장이 지난달 7일(현지시간) 보르노주 마이두구리에 있는 대테러 작전 사령부를 시찰하고 있다. (마이두구리(나이지리아)/로이터연합뉴스)
1년 전 바로 이날(12월 3일)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는 민주주의 불안을 넘어 정치 리스크가 경제에 어떤 상처를 남길 수 있는지 전 세계에 다시 각인시킨 사건이었다. 단 하루 남짓의 비상계엄이었지만 원·달러 환율 급등과 주가 급락 등 시장 혼란이 일어났고 북한과의 충돌 위협이라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정치 불안정’이라는 새 불안요소를 추가했다.

2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한국 비상계엄과 마찬가지로 세계 곳곳에서 벌어진 정치적 충돌은 단순히 권력 이동을 넘어 시장 경제 근간마저 뒤흔들었다. 정치 분쟁 대부분 명분과 당위성을 얻지 못한, 오로지 권력 유지와 영속을 위한 선택이었다. 그 결과는 결국 깊은 경제적 상처로 남은 셈이다.

정치 리스크가 국가 경제를 망친 대표적 사례가 베네수엘라다. 베네수엘라 문제는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고 차베스 대통령 등장으로 시작된 권위주의 체제는 2013년 후계자 니콜라스 마두로 집권까지 이어졌다. 정치적 당위성이 부족했던 이들은 무제한 통화 발행으로 대응했다. 결과는 물가폭등, 즉 ‘하이퍼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졌다.

영국 역시 정치적 선택이 나라 경제를 휘청이게 한 대표 국가다. 2016년 영국은 국민투표로 브렉시트, 즉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한다. 영국과 유럽의 갈등은 투자 흐름을 멈추게 했다. 영국 경제는 브렉시트 이후 수년간 불확실성에 시달리며 성장률 1% 안팎에 머물렀다.

2018년 시작한 튀르키예 경제 위기는 정부가 중앙은행에 대한 정치적 압박을 강화하며 불거졌다. 행정부가 중앙은행이 틀어쥔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위협했던 것. 금리는 정권의 입맛에 맞게 휘둘렸고, 외국인 투자 심리도 꺾였다. 이는 금융위기를 촉발했다.

2021년 2월 미얀마는 때아닌 쿠데타 내홍에 휩싸였다. 쿠데타를 통해 자리를 꿰찬 군부독재 체제는 이제 막 꿈틀거리던 경제 체제를 단박에 짓눌러 버렸다. 한때 ‘아시아의 다크호스’로 불리던 미얀마는 계속되는 경기침체에 허덕이고 있다.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에서는 9월 말부터 군부 쿠데타 우려가 제기됐다. 소셜미디어를 비롯해 언론까지 쿠데타 가능성을 제기하자 현지 대통령실은 공개적으로 “이런 보도 자체가 투자자를 겁주고, 경제에 피해를 주고 있다”고 경고했다. 현지 경제매체 나이지리아파이낸스는 분석 기사를 통해 “군사 쿠데타를 비롯한 정치적 리스크는 소문만으로도 투자심리와 국가 경제를 단번에 망가트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12·3 비상계엄은 바로 정치 리스크가 경제를 망치거나 크게 흔드는 이런 세계적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비상계엄이 철회된 이후에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피치, 무디스 등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정치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면 투자 심리와 성장 잠재력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공통으로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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