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무역장벽 파고 몰려온다⋯韓 수출 전선 '비상'

탄소세·쿼터 축소·공급망 실사⋯시장 진입 봉쇄 우려

▲경기 평택항에 철강 제품이 쌓여 있는 모습. (연합뉴스)

올해 '트럼프 리스크'로 인한 고관세 방어에 진땀을 뺐던 우리 수출이 내년에는 유럽연합(EU)발 '무역장벽' 파고라는 또 다른 위기에 직면할 전망이다.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본격 시행되고, 철강 관세 폭탄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등 대형 악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내년부터 가장 큰 위협은 CBAM이다. CBAM은 EU로 수입되는 제품의 탄소 배출량에 따라 일종의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지난 2년간의 전환 기간(보고 의무)이 올해 종료되고, 내년 1월 1일부터는 탄소 배출량에 상응하는 인증서를 구매해야 수출이 가능하다. 해당 제도로 철강 등 우리 주력 수출 품목이 타격을 입을 것이란 우려가 크다.

여기에 내년 중 시행될 가능성이 큰 EU의 신규 '철강 저율관세율할당(TRQ)' 도입안도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다.

올해 10월 7일 EU 집행위가 발표한 이 규제안은 △기존 쿼터 물량 47% 축소 △쿼터 초과 물량 관세율 대폭 인상(기존 25% → 50%) △쇳물 생산국(조강) 추적 모니터링 시스템 도입 등을 골자로 한다.

이 조치가 내년에 확정되면 한국의 철강 수출 2위 시장인 EU로의 수출길은 사실상 반토막이 날 위기에 처한다.

EU의 CSDDD 또한 무역 장벽의 높이를 더하고 있다. 대기업에 협력사 등의 공급망 전 과정에서 인권 및 환경 침해 여부를 의무적으로 실사하게 하는 이 지침은 수출 기업들에게 막대한 행정적·재정적 부담을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가령 한국의 2차 협력사 공장에서 산재가 발생하거나 오염물질을 배출하면, EU 바이어가 원청(대기업)과의 계약을 끊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된다.

CSDDD 적용 기간은 2027년 7월에서 2028년 7월로 1년 연기되긴 했지만 이를 준비해야 하는 기업들로서는 여전히 큰 부담이다.

미래 먹거리인 배터리 분야도 비상이다. EU는 '배터리법'을 통해 배터리 전 생애주기 정보를 디지털로 기록하는 '배터리 여권' 도입과 탄소 배출량(탄소 발자국) 공개, 재생 원료 사용 의무화를 추진 중이다.

문제는 시행 과정에서의 '불확실성'이다. 법안 자체는 발효됐으나, 정작 기업들이 규제를 준수하기 위해 필요한 탄소발자국 산정 방식 등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위임입법) 확정이 당초 계획보다 지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 배터리 업계는 규제 대응을 위한 IT 시스템 구축에 차질을 빚고 있다. 세부 기준이 확정되지 않은 탓에 막대한 비용을 들여 시스템을 선제적으로 만들 수도,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무역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관세가 가격 경쟁력에 영향을 준다면, EU의 규제는 시장 진입 자체를 가로막는 장벽 성격이 강하다"며 "대응 여력이 부족한 기업들은 수출길이 막힐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우리 수출 기업의 피해 최소화를 위해 EU 측에 "한국은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임을 강조하며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한국이 규제의 대상이 아니라 EU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경제협력 파트너)이란 점과 각종 규제가 우리 기업들에 과도한 부담이 돼선 안된다는 우리 입장을 EU 측에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있다"며 "내년 1분기 열릴 예정인 한-EU 무역위원회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전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