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공급 다변화, 시장 단가 변동성 확대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핵심인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삼성전자의 엔비디아향 HBM4 제품의 인증 및 출하 시점이 당초 예상보다 앞당길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며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경쟁사 SK하이닉스가 먼저 진입한 HBM4 시장에서 독점 구도가 흔들릴 경우, 내년 HBM 시장의 단가 구조와 협상력이 재편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의 HBM4 납품 조기 진입이 HBM4 시장의 가격 기준선을 조정할 것이라는 분석이 업계에서 나온다.
30일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HBM4의 엔비디아향 퀄 테스트 통과 시점에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이미 SK하이닉스가 내년 상반기 HBM4 양산 계획을 밝히며 시장의 가격 기준선을 먼저 제시한 상황에서, 경쟁사인 삼성전자의 진입 시점은 이를 움직일 핵심 변수로 꼽힌다.
당초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HBM4 양산이 내년 하반기에나 시작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최근 분위기는 다소 다르다. 삼성전자가 1c(10나노급 6세대) 공정 기반의 D램과 4nm(나노미터·1nm=10억분의 1m) 로직 다이를 채택한 HBM4 설계가 경쟁사 대비 속도와 전력 소모량 등 성능 면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면서, 출하 일정이 앞당겨질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당초 2026년 하반기로 예상되던 HBM4 출하 일정이 내년 2분기부터 납품을 시작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의 HBM4 출하 시점이 앞당겨지면, HBM 시장의 단가 구조 전체에 큰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미 엔비디아에 HBM4를 최초로 납품하는 계약을 확보하며 시장의 초기 가격 기준선을 형성한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내년 초 인증을 통과하고 2분기부터 납품을 시작할 경우, 먼저 양산을 시작한 SK하이닉스와의 시차는 6개월에서 3~4개월로 크게 단축된다.
엔비디아 입장에서는 폭증하는 AI 칩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HBM 공급처 다변화가 절실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출하 시점이 앞당겨질수록 SK하이닉스 단독 공급 체제가 흔들리며 초기 가격 결정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송명섭 iM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내년 초에 최종 결과가 나올 예정인 최대 고객사향(엔비디아향) HBM4 인증에 조기 통과할 경우, 삼성전자의 내년 HBM 판매 증가율은 54%에 달하고 전사 영업이익은 올해 대비 91% 증가하는 69조7000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삼성전자 HBM4 조기 진입에 대한 영향력을 의미한 것이다.
HBM4의 단가 수준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HBM3E(5세대 HBM)에서는 삼성전자 제품이 SK하이닉스 대비 다소 저렴한 가격대를 형성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HBM4에서는 양사의 가격 차이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강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HBM4에 대해 “최고 속도와 저전력 성능 동시 구현으로 공급사들 중에서 가장 높은 판매단가(ASP)가 예상된다”며 향후 프리미엄 HBM4 생산에 집중할 것으로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