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 대안으로 부상
정책·ESG가 가치 끌어올리는 추세
플라스틱 재활용 경쟁 본격화
'폐배터리·금속' 중형 거래 급증
대형 PEF·인프라펀드로 자금 모여

국내 폐기물 처리 기업이 인수합병(M&A) 시장의 핵심 섹터로 부상하고 있다. 에코비트, 리에나(옛 KJ환경), CEK(옛 KC환경서비스), 코엔텍 등 대형 거래가 연달아 나오면서 시장 내 밸류에이션 수준도 재평가되는 흐름이다. 특히 최근에는 전략적투자자(SI) 중심의 매물 인수에서 글로벌 인프라 펀드 및 대형 사모펀드(PE)로 매수 주체가 이동하는 모습이 뚜렷하다.
폐기물 산업은 규제 강화가 오히려 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 분야다. 환경 인허가(허가)와 사회적 수용성의 제약이 커질수록 사업자는 줄고, 남은 사업자의 현금 흐름과 자산 가치는 높아지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 장기 인프라 자본과 글로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자금이 동시에 몰리는 국면에서, 폐기물 섹터는 과거의 규제 산업 틀을 벗어나 M&A 시장의 중심 인프라 자산으로 부상하는 단계에 진입했다.
EY한영은 이 흐름의 중심에서 폐기물 섹터 딜을 다수 수행해 온 하우스다. KG ETS, EMK(에코매니지먼트코리아), 코엔텍 등 굵직한 거래에서 매각 자문과 실사를 맡으며 국내 폐기물 M&A 시장의 구조 변화를 가까이서 지켜봤다. EY-파르테논에서 M&A 자문을 총괄하는 이근희 파트너와 인프라 팀을 이끄는 이승열 파트너를 만나 폐기물 M&A 시장의 흐름과 향후 전망을 들어봤다.

이근희 파트너는 EY한영에서만 20년 넘게 몸담아 온 정통 EY 출신이다. 감사 업무로 커리어를 시작한 뒤 현재는 재무자문본부 내 딜3팀으로 옮겨 15년 넘게 M&A 자문 서비스를 맡고 있다. 폐기물 섹터에서 다수의 굵직한 거래를 수행하며 자문 트랙레코드를 확보했다. 대표적으로 KT ETS 환경사업에너지사업부 분할 매각 자문을 수행했다. 그는 “당시 시장 멀티플 대비 상당히 높았다"며 "허가 사업의 구조적 가치가 멀티플에 반영된 거래"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경험을 토대로 IMM인베스트먼트(IMM 인베)의 보유 자산이던 EMK 매각 자문도 함께 수행했다"고 말했다. EMK 매각의 경우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기준 약 24배 가까운 멀티플을 인정받아 시장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이승열 파트너는 EY파르테논(전략·재무자문부문)에서 인프라 팀을 이끌고 있다. 과거 광물자원공사에서 미주 지역 해외 사업을 담당했던 경험을 토대로 자원개발, 에너지 인프라 업무를 10년 이상 해 왔다. 환경·에너지, 자원개발, 발전소와 같은 전통 인프라 자산부터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 자산을 중심으로 딜 자문을 수행했다.
이승열 파트너는 “환경 폐기물 섹터는 기업금융과 인프라 특성을 동시에 보유한 상당히 어려운 산업”이라며 “최근에는 폐기물 섹터가 인프라 자산 가운데 가장 뜨거운 영역 중 하나로 부각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두 사람은 올해 폐기물 처리 기업 M&A가 유독 활발했던 배경으로 시장 구조의 재편을 꼽았다. 폐기물 시장의 출발점은 소각과 매립이다. 다만 소각·매립 사업자의 상당수는 오랫동안 영세한 개인 사업자가 많았다. 개인 사업자들이 인허가와 지자체와의 협의 등을 직접 뛰는 구조이다 보니, 대기업이 진입하기 어려운 지점이 많았다.
이근희 파트너는 “이렇게 파편화된 시장을 ‘덩어리’로 만드는 작업을 가장 먼저 읽은 주체가 사모펀드”라며 “해외에서는 웨이스트 매니지먼트(Waste Management)처럼 미국 전역에서 회사들을 계속 인수해 서비스를 통합한 상장사가 대표적인 벤치마크”라고 지목했다. 이어 “국내에서도 앵커PE 등이 의료 폐기물 회사를 인수·합병해 덩치를 키운 뒤 매각하는 전략으로 시장 재편을 시도했고, 이후 SK, 현대 등 대기업 전략적투자자(SI)들이 나섰다”고 말했다.
이후에는 글로벌 인프라 펀드가 본격적으로 가세하면서 또 다른 단계의 재편이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근희 파트너는 “태영그룹이 보유했던 에코비트를 매각했고, SK에코플랜트 자산도 재매각이 진행되는 등 SI들이 각자 처한 상황과 건설 경기 등을 고려해 전략을 수정했다”며 “그 과정에서 KJ환경에 EQT파트너스가 투자하고, 어펄마캐피탈이 국내 대형 매립장인 제이엔텍(J-ENTEC)을 인수하는 등 글로벌 인프라 펀드의 신규 진입이 활발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프로젝트 펀드 성격의 작은 하우스들은 출자금을 모으기가 점점 어려워졌고, 자연스럽게 IMM PE, 스틱인베스트먼트 등 소수 대형 하우스와 글로벌 대형 펀드로 자금이 몰리는 구조가 됐다”며 “규모 있는 폐기물 딜들이 이들 소수 플레이어에게 집중되는 양상”이라고 부연했다.

소각도 규제와 밀접하게 결합된 영역이다. 여기에 톤당 처리 단가와 열 회수 기반 에너지화 가치가 밸류에이션에 반영되며, 재활용은 ESG 규제 충족률, 회수 물질 가치, 고객사 장기 공급 계약 확보가 딜의 성사 가능성을 좌우한다. 플라스틱은 즉시 상업화 가능한 실현 단계로 인수 경쟁이 치열하고, 폐배터리·금속 재활용은 본격 사이클 도래를 전제로 장기 성장 기대가 이어지는 구간이다.
이승열 파트너는 “폐기물 M&A는 2010년 전후로 본격화됐는데, 초기에는 매립에서 시작됐고 이후 소각으로 확산됐으며, 최근에는 재활용 쪽으로 비중이 옮겨온 상태”라며 “매립·소각은 폐기물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처리하느냐가 핵심이라면, 재활용은 그 물질을 다시 산업재로 쓸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중점을 둔다”고 설명했다.
정책과 ESG 규제는 재활용 비중을 구조적으로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어 “유럽에서는 플라스틱 제품의 경우 재활용 원료가 일정 비율 이상 들어가야 납품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제가 만들어지고 있다”며 “우리도 향후 재활용에 더 초점을 둘 수밖에 없고, 재활용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정책이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매립은 토지 자체가 한정돼 있고 신규 인허가가 어려운 상황이며, 소각은 오염 물질 배출 이슈 때문에 ‘친환경’ 범주에서 일정 부분 배제되는 성격이 있다”며 “다만 소각에서 발생하는 열을 산업단지 등에 에너지로 공급하는 구조와 결합하면서 글로벌 펀드의 관심이 높았던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폐배터리 재활용, 플라스틱 화학적 재활용 등 미래 환경 신산업과 관련한 M&A 전망에 대해서는 현재형과 미래형이 구분된다. 이근희 파트너는 “지금 시장에서 실제로 활발히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영역은 플라스틱 재활용”이라며 “플라스틱은 잘 썩지 않는 특성 때문에 재활용 관련 딜이 가장 활발하고, EQT가 투자한 사례도 이 영역에 속한다”고 말했다.
반면 폐배터리 재활용은 명백히 미래 성장 산업이지만, 아직은 본격적인 사이클이 열리지 않았다는 평가다. 그는 “폐배터리 재활용은 전기차 배터리의 수명이 다하고 대량으로 배출되는 시점이 와야 본격적인 사업이 된다”며 “현재는 배터리를 만드는 과정에서 나온 불량품 등을 원료로 삼는 단계여서, 전기차 보급이 예상보다 더딘 상황에서는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많다”고 진단했다.
이 파트너는 개인적으로 금속 재활용에 주목한다고 했다. 그는 “광산 업무를 하며 전 세계 광산 수요·공급량을 분석해 가격을 예측하는 일을 했는데, 항상 예측이 빗나갔던 이유가 중국 등에서 나오는 재활용 금속 물량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며 “코발트·니켈·리튬 등을 전량 수입하는 우리나라로서는 금속 재활용이 향후 매우 중요한 산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시장이 초기 단계이고, 대기업들이 진출했다가 좌초된 사례도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가장 크게 열려 있는 영역”이라며 “아직 개화되지 않은 시장이라는 점에서 중장기적으로 관심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폐기물 기업의 최대 장점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EBITDA가 극적으로 개선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인식에도 불구하고, 과거부터 PE의 인수 사례가 많았던 이유다.
이근희 파트너는 “규모 있게 사업을 하는 측면에서 폐기물 시장은 안정성이 매우 높은 편”이라며 “진입 밸류에이션이 다소 비쌀 수도 있지만, 안정적인 현금 흐름과 수요 급감 리스크가 제한적인 특성 때문에 인수금융을 조합한다면 안정적 수익을 확보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인프라 펀드와 일반 PE의 투자 성격 차이도 폐기물 섹터 선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프라 펀드는 일반 PE보다 목표 내부수익률(IRR)이 낮은 대신 10년, 20년 장기 투자를 전제로 한다. 이처럼 실물 자산 기반의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선호하는 만큼 폐기물 자산이 잘 맞는 영역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어 “IMM인베, 앵커PE 등 일부 하우스는 폐기물 자산을 높은 가격에 매각해 본 경험이 있다”며 “이처럼 ‘비싸게 팔아본 경험’이 있는 투자자들은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지 않더라도 안정적인 구조와 향후 규제·단가 상승 여지를 고려해 다시 관심을 갖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에코비트처럼 침출수 문제를 둘러싼 분쟁 사례는 폐기물 M&A에서 환경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환기시키는 대표 사례로 꼽힌다. 매립장의 안정성은 또한 현장 기술력과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승열 파트너는 “쓰레기를 매립할 때 가장 우려되는 것은 지반이 무너지거나 침출수가 유출되는 것”이라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흙을 다지듯이 빈틈없이 채우는 작업과 지반 관리 노하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옷장에 겨울옷과 여름옷을 쌓을 때 무거운 겨울옷을 아래에, 가벼운 여름옷을 위에 쌓아야 무너지지 않는 것과 비슷한 원리”라며 “빈 공간이 많을수록 침출수나 지반 침하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이를 30년 동안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 사업자인지가 중요한 실사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이근희 파트너는 “이처럼 장기간의 사회적·환경적 의무를 감당해야 하는 산업 특성상, 폐기물 섹터는 필연적으로 대형화될 수밖에 없다”며 “미국에서도 상위 소수 업체가 대부분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고, 국내도 인허가·규제가 강화될수록 대형 사업자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는 “KG ETS, 에코비트 등 규모 있는 자산들이 이미 한 차례 손바뀜을 거친 상황이라, 이 물건들이 다시 매각 시장에 나오려면 최소 5년 이상이 걸릴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대형 딜보다는 중소·중견 매물을 묶어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전략이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단순 매립·소각 위주의 회사에 재활용 자산을 붙이거나, 이미 플라스틱 재활용을 보유한 투자자가 폐배터리 등 다른 재활용 영역으로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며 “재활용 전체 파이를 키우기 위한 포트폴리오 플레이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 파트너는 “EY파르테논 입장에서는 이런 중소형·중견 매물을 선제적으로 발굴해 투자자와 연결하는 것이 중요한 숙제”라며 “환경·인프라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매각·인수 측 모두에게 균형 잡힌 자문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