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재편하는 일자리 생존법…“재학습 속도가 생존 가른다” [피지컬 AI 공장혁명 上]

▲오픈AI 달리.

인공지능(AI)이 노동시장을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 기존 일자리는 사라지고 새로운 직무 수요는 커지는 ‘일자리 전환’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특히 AI 도입 충격은 청년 고용에 더 뚜렷하게 나타나는 반면 기업들은 자동화 시스템을 유지할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재학습 속도가 곧 생존 경쟁력”이라고 진단한다.

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21~2023년) 사라진 일자리 21만1000개 가운데 98.6%인 20만8000개가 AI로 대체 가능한 직종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는 컴퓨터 프로그래밍, 시스템 관리, 출판업, 전문 서비스업 등에서 고용이 줄었다. 특히 챗GPT 등 생성형 AI가 본격 상용화된 이후 이같은 고용 감소는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청년층(15~29세) 고용 감소도 AI 확산과 함께 심화했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시스템 통합 및 관리업에서 청년 고용은 전년 대비 11.2% 줄었고, 출판업은 20.4%, 전문 서비스업 8.8%, 정보 서비스업은 23.8% 감소했다. 사무직과 전문직 중심으로 AI 대체 가능성이 높은 직군에서 변화가 집중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AI는 동시에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며 산업 구조를 변화시키고 있다. 특히 AI를 관리하거나 시스템을 유지보수하고, 데이터 분석을 수행하거나 윤리적 기준을 설계하는 등 새로운 직무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도 변화는 뚜렷하다. 제조업에선 스마트팩토리 고도화에 따라 로봇이 단순 작업과 공정 관리를 수행하고 있으며, 서비스업에선 챗봇과 상담 자동화로 인력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있다. 기업들은 이와 동시에 고급 데이터 분석 인력, AI 시스템 유지관리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AI 도입 이후 노동시장은 대체보다 전환이 핵심 키워드라고 강조한다. 일자리 성격이 바뀌는 만큼 기존 노동력의 재교육·재학습 속도가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가를 것이라는 진단이다.

한진수 한은 조사역은 “AI 확산 초기에 나타난 청년고용 위축은 기업의 인재육성 방식, 청년층의 경력개발 경로, 나아가 소득 불평등에 중장기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면서 “AI 활용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 확대, 공공 데이터 접근성 제고, 포용적 창업 생태계 조성 등을 통해 AI 확산기에 보다 능동적으로 적응하고, 새로운 산업 기회를 모색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