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2보] 홍콩 아파트 화재, 최소 77년 만의 최악 참사로

사망자 55명으로 늘어…소방관 8명 등 최소 123명 부상
실종자 여전히 수백 명 달해
1948년 이후 가장 많은 화재 사망자
대나무 비계·초밀집 건물·노인 거주 등이 피해 키워
“한국 교민 피해는 아직 보고되지 않아”

▲대형 화재가 발생한 홍콩 타이포 구역의 고층 아파트 단지 앞에서 27일 소방관들이 인명 구조와 수색 작업을 위해 진입 준비를 하고 있다. 전날 이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한 사망자가 최소 55명으로 늘었다. (홍콩/AFP연합뉴스)
홍콩 북부 신계 타이포 구역의 고층 아파트 단지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가 최소 77년 만에 최악 화재 참사로 기록되게 됐다.

27일 CNN방송에 따르면 홍콩 소방당국은 오후 브리핑에서 전날 발생한 아파트 단지 화재 사망자가 최소 55명으로 늘었으며 그 중 현장에서 사망한 사람이 51명, 병원에서 숨진 사람이 4명이라고 밝혔다. 사망자 중에는 소방관도 한 명 포함됐다. 화재로 소방관 8명을 포함해 최소 123명이 부상했다. 당국은 오후 브리핑에서 실종자 상황을 업데이트하지는 않았지만, 오전에는 279명이라고 밝혔다.

화재는 전날 오후 2시 52분쯤 타이포 구역의 주거용 고층 아파트 단지인 ‘웡 푹 코트’에서 발생했다. 30층 이상 고층 8개 동으로 이뤄진 주거단지 중 7개 동에 불길이 번지며 군집 화재 양상을 보였다.

홍콩에서 발생한 단일 화재 중 사망자가 50명을 넘은 것은 77년 만에 처음이다. 앞서 1948년 ‘위험물’ 보관 창고가 폭발해 발생한 화재로 176명이 사망했다. 이번 화재로 인한 실종자가 아직 수백 명에 달해 홍콩 최악의 화재 참사로 기록될 가능성도 커졌다. 홍콩 정부는 2008년 몽콕 나이트클럽 화재 이후 처음으로 최고 단계인 5등급 화재 경보를 발령했다.

현지 당국은 불길이 비정상적으로 빠른 속도로 번진 원인으로 외벽 공사에 사용된 ‘대나무 비계(작업자 이동용 간이 구조물)’를 지목했다. 웡 푹 코트는 1980년대 약 2000가구 규모로 지어진 공공 아파트 단지로 장기간의 개·보수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건물 전면을 감싼 대나무 비계와 안전 그물망이 순식간에 불에 타면서 날아가 화염이 외벽 전체로 번졌다. 건물 내부 온도가 너무 높아진 데다가 화재로 타버린 비계 등이 낙하하는 탓에 소방대는 진화와 구조 작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화재가 일어난 단지가 4000~5000명의 주민이 사는 초밀집 건물이라는 점과 노인 거주가 많았던 것도 참사 규모를 키운 것으로 분석됐다. 2021년 홍콩 당국의 인구조사에 따르면 웡 푹 코트 아파트에 거주하는 4600명의 거주민 가운데 약 40%가 65세 이상 노인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사고 당시 빠르게 대피하기 힘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나무 비계와 녹색 보호망은 전통적 중국식 건축에서 널리 쓰이는 방식이지만 안전성 논란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홍콩 당국도 3월 이미 단계적 사용 금지 방침을 내놓고 향후 공공공사의 절반 이상에서 금속 비계 사용을 의무화하겠다고 발표했다.

홍콩 경찰은 “이번 사고가 시공사의 중대한 과실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충분한 정황이 있다”며 “공사 관계자 3명을 과실치사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당국은 외벽에 설치된 보호망, 방수포, 비닐 등이 방화 기준에 부합했는지를 조사할 방침이다. 또 공사용 우레탄폼이 불길 확산을 빠르게 만들었을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다. 크리스 탕 홍콩 보안부 장관은 “건물 외부의 방충망, 내화 천, 플라스틱 시트가 평소보다 훨씬 더 강하게 타들어가고 규정을 준수하는 자재보다 훨씬 더 빨리 퍼졌다”며 “비정상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국 관영 중앙(CC)TV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화재를 진화하고 사상자와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을 촉구했다. 또 홍콩 지원을 위해 다른 지방정부들도 즉각 협력에 나설 것을 지시했다.

알리바바와 샤오미, 텐센트 등 중국 기업들도 화재 피해자들을 위해 기부에 나섰다.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화권 기업들이 약속한 기부금은 현재까지 약 1억1000만 홍콩달러(약 207억 원)에 달한다.

외교부는 이날 “현재까지 우리 국민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현지 우리 공관이 홍콩 당국과 소통하며 피해 여부를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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