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가 27일 본회의를 열어 ‘K스틸법’을 포함한 7건의 비쟁점 민생법안을 먼저 처리했다. 여야 대치 정국 속에 이날 상정되지 못한 나머지 민생법안들은 다음 달 2일 예산안과 함께 처리하기로 했다.
이날 본회의에서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녹색철강기술 전환을 위한 특별법’, 이른바 K스틸법은 재석 의원 255명 중 찬성 245명, 반대 5명, 기권 5명으로 가결됐다. 법안에는 정부가 5년 단위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저탄소 제철 기술 개발에 대한 재정 지원을 할 수 있는 근거가 담겼다. 글로벌 고율 관세, 원자재 가격 상승, 중국산 저가 공세 등으로 철강업계의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여야가 공동 대응 차원에서 법안을 마련했다. 법안은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했으며 여야 의원 106명이 참여했다. 주요 내용은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는 철강산업경쟁력강화특위 설치 ▲녹색철강 기술 개발·투자에 대한 보조금·융자·세제 감면·생산비 지원 ▲녹색철강특구 조성 및 규제 혁신 등이다.
해양수산부와 산하기관의 부산 이전을 지원하는 ‘부산 해양수도 이전기관 지원 특별법’도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이전 기관과 직원들의 정착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정부의 ‘해양수도 완성’ 공약과 ‘북극항로 시대를 주도하는 K해양강국’ 구상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밖에 ▲전자지급결제대행업자(PG)가 보유한 정산자금 보호 장치를 강화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공급망 위험으로 필수 농자재 가격이 급등할 경우 상승분의 일부 또는 전부를 농업경영체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한 ‘공급망 위험 대응 필수 농자재 지원법’ ▲초과소득월액 200만 원 미만 소득활동자의 노령연금 감액을 제외하는 ‘국민연금법 개정안’ ▲‘전통시장 및 상점가 활성화를 위한 특별법 개정안’이 함께 처리됐다.
본회의에 앞서 열린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민주당은 “법사위를 통과한 민생법안을 모두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국민의힘은 “추경호 의원 체포동의안과 국가인권위원 선임안만 우선 처리하자”고 맞섰다. 결국, 여야는 민생법안 7건과 국가인권위원 선임안만 이날 처리하고, 나머지 법안은 다음달 2일 예산안과 함께 처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이 추천한 김학자 변호사와 민주당이 추천한 조숙현 변호사의 인권위원 선출안도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한편,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의 체포동의안은 본회의 표결에서 재석 180명 중 172명 찬성, 4명 반대, 2명 기권, 2명 무효로 가결됐다. 체포동의안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 의원 과반 찬성 시 가결된다. 이날 국민의힘 의원들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퇴장했다. 추 의원은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방해한 혐의(내란 중요임무 종사)로 내란 특별검사팀으로부터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며, 추 의원은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게 된다.
추 의원은 표결에 앞선 신상발언을 통해 “저에 대한 영장 청구는 국민의힘을 위헌 정당 해산으로 몰아가 보수정당의 맥을 끊어버리겠다는 내란몰이 정치공작”이라며 “권력은 정적을 죽이는 흉기가 아니라 국민을 살리는 도구가 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저는 국민께 약속드린 대로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고 당당하게 법리와 진실 앞에 서겠다”며 “떳떳한 모습으로 다시 뵙겠다”고 밝혔다. 발언 도중 여당 의원석에서는 사과를 요구하는 고성이 나왔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박수를 보내며 추 의원을 격려했다.
여야가 격렬히 대립하고 있는 ‘대장동 사건 기소·항소 포기’ 국정조사 문제는 이날 결론을 내지 못하고 보류됐다. 국민의힘은 국정조사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진행하는 조건으로 ▲나경원 의원의 법사위 야당 간사 선임 ▲독단적 법사위 운영 중단 ▲여야 합의에 따른 증인·참고인 채택 등을 요구했다. 민주당은 지도부에 최종 결정을 일임했으며, 이날 오후 5시까지 입장을 국민의힘에 전달하기로 했다. 민주당의 회신 내용과 이에 대한 국민의힘의 대응에 따라 국정조사 추진 여부가 새로운 국면으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