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초고층 아파트 화재, 남의 일?…국내 고층 아파트는 안전할까

“규제 강화됐지만⋯노후 단지 중심 위험요소 여전”

▲홍콩 고층 아파트 화재참사. (사진제공=로이터 연합뉴스)

홍콩 초고층 아파트 단지에서 불이 나 40명 이상이 사망하면서 국내 고층 아파트 화재 안전 실태에도 우려가 제기된다. 정부가 규제를 강화하면서 신축 단지들은 안전 설비가 비교적 잘 갖춰 있지만, 노후 단지를 중심으로 위험 요소가 그대로 남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전국에서 발생한 화재 3만4595건 중 공동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은 12.8%(4436건)로 집계됐다. 최근 6년(2019~2024년)간 공동주택 화재 비중이 12.2%(2만8384건)였던 점을 고려하면, 소폭 증가했다.

공동주택 중에서도 특히 아파트 화재는 매년 증가세다. △2021년 2666건 △2022년 2759건 △2023년 3001건 △2024년 3193건으로 집계됐으며, 올해도 이날까지 기준 2818건이 발생해 이 추세라면 연말까지 3000건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이처럼 국내 아파트 화재가 증가세인 가운데, 홍콩에서 발생한 고층 아파트 화재는 큰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경각심을 깨우고 있다. 한국도 최근 고층 아파트가 증가하는 추세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수도권 주거용 건축물 면적 중 약 69%가 아파트며 30층 이상 고층 건축물 건축 허가도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고층 아파트는 층고가 높고 대피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화재 발생 시 홍콩 사례처럼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에 화재가 난 홍콩 아파트의 경우 31층 고층 아파트로 알려졌다. 정확한 화재 원인은 아직 조사 중이지만, 1년여 넘게 이어진 아파트 보수 공사가 피해 규모를 키운 것으로 보인다. 건설 현장에서 흔히 사용하는 대나무 비계와 외벽 안전망, 방화포, 비닐막 등을 따라 불이 급속도로 번진 데다, 화재경보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주민 증언도 나왔다.

이에 비해 국내는 제도적 기준이 상대적으로 강화돼 있다. 대표적으로 6층 이상 건축물에는 모든 층에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돼 있으며, 아파트 외벽 단열재도 2020년 이후 난연·준불연 기준이 높아졌다. 엘리베이터에는 불연재 사용이 필수고, 홍콩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된 외벽 보수 공사 시에도 난연 자재를 사용해야 한다.

다만 전문가들은 노후 단지들의 경우 점검 이행률이 낮고 스프링클러·제연설비·경보장치 등 기본 설비가 정상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 안심할 수는 없다고 지적한다.

공하성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외벽 단열 기준이 강화됐지만 기존 단지에는 소급 적용되지 않아 여전히 가연성 외단열재가 그대로 쓰인 곳이 많다”며 “특히 과거에는 드라이비트처럼 불에 취약한 공법이 널리 쓰였는데, 이런 단지는 외부에서 불이 붙을 경우 순식간에 전 층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예전 기준은 11층 이상만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가 있었기 때문에, 10층 이하 아파트 상당수는 아직도 스프링클러가 없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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