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계엄 결정 찬성한 적 결단코 없어"

조은석 내란·외환 특별검사팀이 12·3 비상계엄 선포를 방조하는 등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행위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한 전 총리는 최후진술에서 "계엄을 막지 못했지만, 그 결정을 찬성하거나 도우려 한 일은 결단코 없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내년 1월 21일 선고를 진행할 예정이다.
특검팀은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한 전 총리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한 전 총리는 내란 우두머리 방조, 허위공문서작성·행사, 공용서류손상,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위증 등 6개 혐의로 기소됐다.
특검팀은 "내란죄는 국가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고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에 기반한 헌법질서를 파괴하는 범죄"라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중대하게 위협하고 국가 기본질서를 훼손하는 범죄라는 점에서 해외에서도 단순 모의만으로 중형이 선고된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은 내란 사태를 막을 수 있었던 사실상 유일한 사람임에도 국민 전체의 봉사자로서 의무를 저버리고, 계엄 선포 전후 일련의 행위를 통해 범행에 가담했다"며 "사후 부서를 통해 절차적 하자를 치유해 불법 계엄의 정당성을 확보하려 시도했고, 허위공문서 작성 등 사법방해 성격의 범죄까지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특검팀은 "본 사건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대한 테러이며, 국가와 국민 전체가 피해자"라며 중형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한 전 총리 측은 방조·가담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국무총리에게 계엄 선포를 저지할 법적 작위 의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주장하며, 윤 전 대통령에게 비상계엄 선포를 적극적으로 만류했고 해제 절차를 지연시킨 사실도 없다고 반박했다.
한 전 총리는 최후진술에서 미리 준비한 원고를 읽으며 심경을 밝혔다. 그는 "비상계엄 선포로 국민이 겪은 고통과 혼란을 가슴 깊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1970년 경제관료로 입직해 한평생 공직에 몸담아왔고, 경제정책 최일선에서 일하며 쌓아온 경험은 제 인생의 긍지와 보람으로 여겨왔다"고 밝혔다.
이어 "대한민국은 제게 많은 기회를 줬고, 전력을 다하는 것이 그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며 "그 길의 끝에서 비상계엄 사태를 만나리라고는 꿈에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하겠다고 말하는 순간 말할 수 없는 충격을 받았다. 땅이 무너지는 것 같았고, 그 순간의 기억과 맥락조차 분명하지 않았다"며 "절대로 동의할 수 없었고 대통령을 만류했으나 도저히 막을 힘이 없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또 "국무위원들을 모셔 대통령의 결정을 되돌리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며 "그날 밤 제가 무엇을 어떻게 했어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수없이 되물었다. 기억을 복기할수록 제가 부족한 사람이었다는 절망만 사무쳤다"고 했다.
한 전 총리는 "저를 믿어준 국민들과 제 곁을 지켜준 가족·동료 공직자들에게 부끄러워 얼굴 들기 어려울 정도"라며 "비록 계엄을 막지 못했지만 그 결정을 찬성하거나 도우려 한 일은 결단코 없었다. 그것이 이 역사적 법정에서 드릴 가장 정직한 말"이라고 호소했다.
재판부는 내년 1월 21일 오후 2시 선고기일을 열기로 했다.
한 전 총리는 대통령의 자의적 권한 남용을 견제해야 할 국무총리로서 비상계엄을 막지 않고 방조·가담한 혐의로 8월 29일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12월 5일 최초 계엄 선포문의 법적 결함을 보완하기 위해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이 작성한 사후 선포문에 윤 전 대통령,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과 함께 서명한 뒤 이를 폐기한 혐의도 있다. 2월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에 증인으로 나와 '계엄 선포문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위증한 혐의도 적용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