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부진에 다시 커진 미국 금리 인하 기대

9월 소매판매 증가율 0.2%…4개월래 최저
소비자신뢰지수도 7개월 만에 가장 낮아
시장, 경기침체 대신 통화정책 완화 신호로 해석
해싯, 차기 연준 의장 부각도 기대 키워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13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워싱턴D.C./AFP연합뉴스
추수감사절(27일) 쇼핑 대목을 앞두고 미국 경제에 다시 한기가 스며들고 있다. 소매판매부터 소비자신뢰지수까지 소비지표가 줄줄이 부진하면서 세계 최대 소비시장인 미국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역설적으로 금융시장은 이를 반기는 분위기다. 소비 둔화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를 재촉할 것이라는 기대가 단숨에 커졌다.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소매판매의 급격한 둔화다. 미국 상무부가 이날 발표한 9월 소매판매(계절 조정치)는 전월 대비 0.2% 늘어나는 데 그쳤다. 8월 증가율(0.6%)과 월가 예상치(0.4% 증가)를 크게 밑돌고 4개월래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여름까지 견조했던 소비 모멘텀이 가을 들어 급속히 식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심리지표도 같은 흐름을 가리킨다. 경제 조사 단체 콘퍼런스보드가 발표한 11월 미국 소비자신뢰지수는 88.7을 기록했다. 이는 전달 95.5에서 6.8포인트 하락한 것이자 4월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시장 전망치는 93.5였다.

반면 물가 흐름은 소비 둔화와 어긋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 노동부는 9월 생산자물가지수(PPI·계절 조정치)가 전달보다 0.3% 상승했다고 밝혔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와 같았다. 7월 이후 2개월 만의 상승이다. 수요는 둔화하는데 물가는 끈적하게 내려오지 않는 엇박자 국면이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이 더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선택적 소비를 줄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9월 미국 소매판매 증가율이 4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고 있다.

정작 시장은 ‘경기침체 신호’ 대신 ‘통화정책 완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 금리 선물시장에서 연준이 내달 기준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인하할 확률은 82.7%로 반영됐다.

LNW의 론 알바하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난주만 해도 시장은 12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절반에도 못 미치는 40%로 평가했지만 지금은 80%를 훌쩍 넘었다”며 “며칠 사이에 기대 수준이 이렇게 급변하는 것은 드문 일인데 그만큼 시장이 이 문제에 신경이 곤두서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블룸버그통신이 캐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차기 연준 의장으로 가장 유력하다고 전한 것도 시장 기대를 키웠다. 해싯 위원장은 금리 인하에 우호적인 인물로 평가받는다. 만약 그의 연준 수장 기용이 현실화한다면 내년 금리 인하가 한층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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