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런던지점, 헝가리·모로코까지 뛰며 중기 대출 지원…IB도 성장세 [K-금융 현장을 가다③]

금융권의 해외 도전은 반세기 넘게 이어져 왔다. 쉽지 않은 환경 속에서도 축적된 경험은 이제 ‘K-금융’이 한 단계 더 도약하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 동남아 시장에서 성장 가능성을 확인한 금융사들이 영국 ·싱가포르 같은 금융 선진국으로까지 시야를 넓히는 것도 세계 금융의 표준과 변화가 형성되는 현장에서 경쟁력을 점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 스테이블코인,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등 한국 금융권의 주요 과제 역시 이곳에서 먼저 진화한다. 금융사들의 해외 행보는 단순한 진출이 아니라 앞으로의 전략 방향을 결정할 기준점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의미가 크다. 선진 금융 현장에서 포착된 변화의 흐름을 통해 K-금융의 미래를 가늠해본다.

총자산 3년간 70% 성장…EMEA IB 레퍼런스 빠르게 확보
신디케이트론·ESG 인프라 참여 늘며 IB 존재감 ↑
‘해외진출 BOX’ 글로벌 진출 기업 정보·상담 지원

▲차윤호 IBK기업은행 런던지점장

IBK기업은행이 영국 런던에서 중소기업 금융과 투자은행(IB) 사업을 동시에 확대하고 있다. 동유럽, 영국 중심으로 운영되던 기업금융 범위는 아프리카까지 넓어졌고 유럽·중동·아프리카(EMEA) 지역 신디케이트론 참여도 늘어나며 IB 포트폴리오가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차윤호 기업은행 런던지점장은 “국책은행으로서 중소기업 금융은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며 “EMEA 지역 IB 참여 기반도 적극적으로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 런던지점의 총자산(연평잔)은 2022년 10억4000만 달러에서 2023년 13억9000만 달러, 2024년 15억5000만 달러로 증가했다. 올해 9월 말 기준 17억7000만 달러까지 확대되며 최근 3년간 약 70%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2022년 1270만 달러, 2023년 1500만 달러, 2024년 1580만 달러로 상승세다. 올해 9월 기준 1130만 달러를 기록했다.

런던지점의 IB 사업 성장이 눈에 띈다. 여신참여수수료는 2023년 14만6000달러에서 2024년 20만9000달러로 증가했고 올해 9월에는 37만5000달러로 2년 만에 약 2.5배 늘었다.

올 상반기 신설된 IB 데스크(Desk)의 신규 대출 취급액 역시 상반기 3200만 달러에서 9월 말 기준 9900만 달러로 세 배 이상 확대됐다. 해상풍력 등 인프라, 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ESG) 기반 프로젝트 참여가 늘면서 EMEA 지역에서 IB 존재감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차 지점장은 “EMEA 지역은 대형 딜이 많아 레퍼런스를 쌓기에 유리한 시장”이라며 “신디케이트 중심으로 참여 폭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디케이트론은 여러 금융기관이 공동으로 자금을 모아 기업이나 프로젝트에 대출하는 구조다. 단일 금융기관이 부담하기 어려운 대규모 자금 수요와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어 인수합병(M&A), 설비 투자, 인프라 구축 등에서 폭넓게 활용된다.

중소기업 금융은 런던지점의 필수 기능으로 꼽힌다. 역외 대출은 실사와 문서 검증 과정이 복잡하고 공장 위치도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헝가리·폴란드 현장은 공항에서 차량으로 2시간 이상 이동해야 하는 지역이 흔해 금융기관들이 기피한다. 그러나 런던지점 직원들은 현장을 누비며 중소기업 금융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차 지점장은 “중소기업 대출은 서류 준비부터 실사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접근도 쉽지 않지만 우리 아니면 누가 하겠느냐는 생각으로 최대한 적극적으로 본다”며 “지금까지 접수된 중소기업 대출 가운데 거절한 건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법인의 대부분은 국내에서도 우량한 기업이 유럽으로 확장한 사례여서 무리한 신용을 요청하는 경우도 아니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 여신 공급 지역도 넓어지고 있다. 런던지점은 폴란드·헝가리에 집중돼 있던 기업대출을 넘어 지난해 처음으로 모로코 현지 진출 기업에 대한 여신도 취급했다. 정보 접근성과 실사 난도가 높은 지역임에도 직접 사업성 검증과 현지 정보를 확인해 대출을 실행한 사례다. 금융권에서는 “중소기업 금융과 글로벌 IB 전략이 맞물린 대표적 케이스”로 평가가 나온다.

기업은행은 해외진출 초기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해외진출 박스(BOX)’ 플랫폼도 운영 중이다. 이 플랫폼은 해외 법인 설립 절차, 국가별 규제, 외국환 신고 과정, 코트라(KOTRA) 연계 지원 제도 등을 비대면으로 제공하며 현지 금융 상담까지 온라인으로 신청할 수 있다. 런던지점은 신규 여신 상담에서도 해당 플랫폼을 안내해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 런던지점 관계자는 “해외 법인 설립과 대출 절차가 어려운 기업들이 플랫폼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한 번에 확인하고 지점과 빠르게 연결될 수 있어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런던지점은 글로벌 자금조달 거점 역할도 커지고 있다. 높은 신용등급을 기반으로 확보한 저리 조달 자금을 뉴욕·도쿄·마닐라 등 다른 해외지점에 공급해 그룹 전체의 유동성 운영을 지원하고 있다.

차 지점장은 “런던은 다양한 국가의 기업과 프로젝트가 모이는 금융 중심지”라며 “중소기업 금융과 IB 사업 모두에서 균형 있게 성장하는 글로벌 거점이 되겠다”고 말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