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고등학교 교사 10명 중 9명은 고교학점제 시행 이후 학생과 교사의 불안·스트레스가 커졌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취 수준에 미달한 학생을 추가 지도하는 ‘최소성취수준 보장지도’(최성보)와 이수 제한을 두는 ‘미이수제’에 대해서도 대다수 교사가 “실효성이 없다”고 평가하며 폐지를 요구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25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4일부터 14일일까지 전국 고등학교 교사 406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0%는 고교학점제가 학생들의 학습 불안과 진로 스트레스를 높였다고 답했다. 진로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과목 선택을 해야 하는 부담(90.6%), 입시에 유리한 과목으로 쏠리는 선택 경향(80.9%), 원하는 과목이 충분히 개설되지 않는 학교 여건(38.9%) 등이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이동수업 증가로 인한 또래 관계 약화(87.3%), 미이수제로 인한 낙인과 정서적 위축(83.5%), 사교육 확대 및 지역 격차 심화(87.4%) 역시 높은 비율로 나타났다.
학사 운영의 어려움도 두드러졌다. 학생별 선택과목이 다양해 반 편성이 어렵다는 응답이 97.2%, 공강 시간 등 변수가 많아 시간표 편성이 어렵다는 답변이 97.8%였다. ‘학급’ 개념이 약해져 공동체 생활 지도에 어려움이 있다는 응답도 92%에 달했다.
최성보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특히 컸다. 책임교육과 학생 성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질문에 90.9%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고, 교육부가 보충 지도 시수를 완화한 유연화 방안도 77.1%가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학점 이수 기준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절반 이상(55.2%)이 폐지를, 31.7%는 출석률만 적용을 선호했다. 현행 유지 의견은 8.7%에 불과했다.
진로·융합 선택과목의 평가체제 역시 개선 필요성이 제기됐다. 응답 교사의 80.6%는 절대평가 전환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상대평가로 인해 ‘등급이 잘 나오는 과목’으로 학생이 몰리는 문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교원 3단체는 고교학점제의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최성보·미이수제 폐지 △진로·융합 선택과목 절대평가 전환 △교원 정원 확충과 행정업무 경감 △학습 결손 학생을 위한 책임교육 강화 △국가교육위원회 논의 과정에 현장 교사 참여 보장 등을 핵심 개선 과제로 제시했다.
이들은 “학교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탁상형 논의로는 학생도 학교도 살릴 수 없다”며 “교육부와 국가교육위원회가 현장의 목소리에서 출발해 고교학점제 전반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