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착공 13%·수도권 10% 감소

내년 건설경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 짙어지고 있다. 공사비는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반면 정비사업과 토목 공사는 지연이 이어지면서 업황 회복 동력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25일 한국건설경영협회가 발표한 ‘2026년 건설시장 전망’에 따르면 내년 국내 건설 수주액은 231조1000억 원으로 올해보다 1.1% 증가하는 데 그칠 전망이다. 올해 수주액이 228조6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4.8%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증가폭이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셈이다.
반면 공사비는 꾸준한 상승세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발표한 9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1.66으로 통계 집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저임금 인상, 산업재해 리스크에 따른 안전관리 강화, 장비·인력 비용 전반의 상승이 겹친 가운데 최근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자재비 부담까지 키우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 기준 원·달러 환율은 석 달 전만 해도 1390원 수준이었지만 최근 1470원 선을 뚫으며 연중 최고로 뛰었다. 이 영향으로 해외 수입이 필요한 중간재·생산재 가격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11월 건설시장 동향에서 9월 기준 수입 중간재 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4%, 수입 생산재 역시 같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국내 원재료 물가가 작년과 비슷한 수준에 머문 것과 대조적이다.
노무·안전 비용 증가도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산업재해 관련 규제가 강화되면서 대형 건설사는 안전 인력 충원, 시설 개선,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등에 투입하는 비용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대표적으로 현대건설의 경우 안전보건 비용은 2022년 1658억 원에서 2023년 2399억 원, 지난해 2773억 원으로 매년 급증했다.
공사비 부담이 커지면서 정비사업을 비롯한 주택 공급 사업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통계누리 ‘주택건설실적(착공)’ 자료를 보면 올 1~9월 서울 아파트 착공 물량은 1만2447가구로 전년 동기(1만4396가구) 대비 13% 이상 감소했다. 수도권 전체로 확대해도 상황은 비슷해, 같은 기간 착공 건수는 9만1342가구로 지난해(9만9462가구)보다 약 10% 줄었다. 주택의 경우 통상 공사 기간인 3년가량 매출을 내기 때문에 올해 착공 감소는 내년과 내후년 실적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주택 뿐 아니라 토목 분야도 개선 기미가 뚜렷하지 않다. 가덕도신공항 등 대규모 인프라 사업 일정이 지연되거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발주 공백 우려도 확대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공사비 상승과 수주 정체가 동반되는 ‘이중 부담’이 이어지면서 특히 중견·중소 건설사의 경영 여건이 더욱 악화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수도권 중심으로 착공 물량이 계속 줄고 있고, 토목 부문도 대형 프로젝트가 멈추며 일감 공백이 커지고 있다”며 “내년 건설경기는 올해보다 더 어려울 가능성이 높고, 2027년엔 업황이 추가로 꺾일 것이란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