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MSG] 아동 보호하다 법정에…상처받는 복지시설 종사자들

한해 전국 법원에서 다루는 소송사건은 600만 건이 넘습니다. 기상천외하고 경악할 사건부터 때론 안타깝고 감동적인 사연까지. '서초동MSG'에서는 소소하면서도 말랑한, 그러면서도 다소 충격적이고 황당한 사건의 뒷이야기를 이보라 변호사(정오의 법률사무소)의 자문을 받아 전해드립니다.

▲(사진 출처 = 챗 GPT 이미지 생성)

가정 해체나 양육 기능의 상실 등으로 인해 가정에서 필요한 보호를 받지 못하는 청소년들에게는 쉼터, 아동센터, 보육원 같은 복지시설이 보호의 공간이 된다. 사회복지사들이 밤낮없이 생활지도를 하지만, 이곳에서도 갈등이 벌어지는 건 마찬가지다. 심지어 소송까지 가는 경우도 많다.

부모의 학대로 자녀들이 복지시설에 입소했지만, 되레 해당 부모들이 아동의 복귀를 주장하며 감금, 직권남용, 아동학대처벌법 위반 등으로 시설 관계자들을 고소하겠다며 윽박지르는 사례는 빈번하다. 이후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진술 조사까지 이어지면 담당자들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한다.

한 보육원에서는 입소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자 아이에게 "잠시 빈방에서 생각을 정리하라"고 권했는데, 그 아이는 시설 종사자를 정서적 아동학대·감금 등으로 신고했다. 아이는 종사자의 설명을 차근차근 듣고 난 뒤 신고를 후회했지만, 사건은 이미 '아동보호사건'으로 처리됐다.

결국 종사자는 재판 넘겨져 오랜 시간 다퉈야 했다. 최종적으로 '불처분 결정'이 내려졌으나, 행정적으로는 불복이나 고지 절차가 없는 아동학대 신고정보시스템에 영구 등재돼 사실상 회복하기 어려운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다.

드물지만 청소년 보호센터 담당자가 성범죄나 폭행을 저질러 입건·처벌된 사례도 있다. 아동들이 보호자 임무를 수행하는 종사자에게 정서적으로 의존하기 쉬운 구조인 만큼, 일부에서는 '가스라이팅' 형태로 범죄가 발생하기도 한다.

부모가 영유아의 출생을 신고하지 않은 채 '베이비박스'에 맡겨 영아유기죄나 아동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조사를 받기도 한다. 한 여성은 출산 직후 "애를 안 보이는 곳에 버리라"는 남자친구의 말을 듣고, 아기를 베이비박스에 맡겼다. 상담하고 다시 돌아온 뒤 이 여성은 영아유기죄로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이후 해당 여성은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맡긴 지 일주일 채 안 돼 다시 아이를 데려오기 위한 절차를 밟았다. 남자친구와는 곧바로 헤어졌고, 양육비 청구조차도 생각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질렸다고 했다. 아기를 맡기는 데 반나절도 걸리지 않았지만, 다시 아이를 데려오기까지는 무려 6개월의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아이를 데려오기 위해 거주지 환경 조사와 아이를 키울 만한 역량이 되는지, 의지가 결연한지 등을 수차례 검증을 받았고 수사기관에서도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다.

실제 베이비박스처럼 비교적 보호지향적인 안전한 시설에 아이를 맡기고도 영아유기의 혐의로 집행유예 등 확정판결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영아 보호를 둘러싼 제도·현실·법률 적용의 간극이 드러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보라 변호사는 "시설에서의 처우나 퇴소 시점, 입양 동의, 학대 의심 신고 등에서 부모의 권리와 아동의 복지 사이 균형을 맞추는 일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며 "이런 사건이 법의 영역으로 들어오게 되면 누군가는 보호받지 못한다. 그 사이에서 가장 약한 존재인 시설 종사자들이 큰 상처를 입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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